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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편.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 에세이로 본 철인3종 준비 과정과 명상의 의미

📑 목차

    반복되는 운동이 삶의 리듬을 만드는 방식

    반복되는 운동이 삶의 리듬을 만드는 방식

    10년 전 처음 읽었던 하루키의 달리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처음 읽은 것은 약 10년 전이다. 그의 소설들을 차례로 읽어 나가던 시기였고, 자연스럽게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타고난 재능과 영감이 전부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때였기에, 달리기라는 매우 반복적이고 단순한 행위가 그의 삶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다가왔다.

     

    그 당시의 나는 이 책을 ‘꾸준함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특별해 보였던 작가 역시 매일 같은 시간에 달리고, 같은 리듬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천재라서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계속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메시지가 인상에 남았다. 

    책을 읽은 뒤, 나 역시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달리기가 삶의 리듬을 바꿔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고, 퇴근 후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나서는 시간은 하루를 정리하는 나만의 의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달리기 자세나 몸의 균형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몸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달리기를 이어간 결과, 왼쪽 무릎에 반복적인 통증이 생겼고 결국 중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km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던 경험은 지금까지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회사 일을 마친 뒤 러닝 커뮤니티 사람들과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나 함께 달리며 페이스 조절을 배우고, 서로의 상태를 살피던 시간들은 기록보다 과정의 의미를 알게 해 준 소중한 추억이었다.

     

    명상을 만난 뒤 달라진 책의 의미

    명상을 만난 뒤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 하루키의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 습관이 아니라 자기 조절을 위한 생활 장치로 더 분명하게 보였다. 달리는 동안 생각을 억지로 정리하려 하지 않고, 호흡과 보폭에 주의를 두는 방식은 명상에서 말하는 ‘주의의 전환’과 유사하다.

     

    실제로 운동과학 및 심리학 연구에서도 반복적인 유산소 운동이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활성도를 낮추고, 과도한 자기 반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일정한 리듬의 호흡과 움직임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완화하고 정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하루키의 달리기는 체력을 기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고와 감정을 과열시키지 않고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실천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은 운동 에세이를 넘어, 일상 속에서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기록처럼 읽히기 시작했다.

     

    철인3종 준비 과정에서 다시 펼친 하루키

    그리고 지금, 철인3종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이 책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였다. 철인3종은 단기간에 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종목이다. 수영, 사이클, 러닝이라는 서로 다른 운동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야 하고, 체력보다 생활 리듬이 먼저 정리되지 않으면 준비 자체가 무너지기 쉽다.

     

    이 과정은 하루키가 달리기를 삶의 일부로 편입시켰던 방식과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 그는 기록을 자랑하지 않았고, 목표를 과시하지도 않았다. 다만 멈추지 않기 위해 달렸고, 그 반복이 결국 작가로서의 삶을 지탱했다. 철인3종 준비 역시 완주라는 결과보다, 준비 과정이 일상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바꾸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의지가 아니라 리듬이 만든 지속성

    운동을 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인식은, 지속성을 결정하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리듬이라는 점이었다. 하루키가 매일 같은 시간에 달렸듯, 현재의 스피닝과 스트레칭, 명상 루틴도 훈련 계획이라기보다 생활 구조에 가깝다. 언제 운동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자, 운동을 시작하는 데 드는 심리적 부담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일관된 시간대에 반복되는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회복 효율과 운동 지속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도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이는 하루키가 경험적으로 선택했던 방식이 결과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의 운동 역시 ‘얼마나 했는가’보다 ‘다음 날 다시 할 수 있는 상태를 남겼는가’를 기준으로 조정되고 있다.

     

    중년 이후에야 이해되는 반복의 가치

    젊은 시절에는 반복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며 몸의 회복 속도가 달라지고, 무리의 대가를 체감하게 되면서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안전장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하게 운동을 마쳤다는 사실이, 오히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철인3종 준비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매번 새로운 자극을 주기보다,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반복은 정체가 아니라, 오래 가기 위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기록이 만들어 주는 객관적인 거리

    기록이 만들어 주는 객관적인 거리는 이러한 선택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 준다. 매일의 운동 시간과 강도, 컨디션을 간단히 적어 두다 보면 그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흐름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잘된 날에는 과신하지 않고, 컨디션이 떨어진 날에도 필요 이상으로 조급해지지 않게 된다.

     

    기록은 성과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몸의 신호를 차분히 읽어 내기 위한 기준점이 된다. 이러한 태도는 하루키가 말한 ‘계속하기 위해 달린다’는 방식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으며, 철인3종 준비 과정에서도 흔들림을 줄여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운동과 명상이 만나는 지점

    하루키에게 달리기는 혼자만의 시간이었고, 글을 쓰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철인3종 준비 과정에서 명상이 함께 들어온 이유도 같다. 운동 직후 짧게 이어지는 명상 시간은 몸의 열기와 호흡을 정리하고, 하루의 속도를 다시 맞추는 역할을 한다. 격한 움직임 뒤에 가만히 앉아 숨을 바라보는 몇 분은 운동의 끝이라기보다 마무리에 가깝다.

     

    최근에는 유산소 운동 이후 짧은 명상이나 호흡 조절이 스트레스 인식 감소와 집중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론보다 더 분명한 것은 체감이다. 명상을 함께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하루 컨디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마음이 급해지는 빈도가 줄고, 일상의 선택에서도 한 박자 여유가 생긴다.

     

    이러한 변화는 운동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부드럽게 바꾸어 준다. 운동을 끝냈다는 성취감보다, 스스로를 잘 돌봤다는 감각이 먼저 남는다. 이 감각은 하루 전체에 영향을 미쳐 식사 속도나 휴식의 질, 사람을 대하는 반응에도 미묘한 차이를 만든다. 명상은 운동의 효과를 증폭시키기보다, 흩어진 에너지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운동은 일상의 한 조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과한 긴장 없이 다음 날을 준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준다.

     

    운동이 사고방식을 바꾸기 시작한 지점

    스피닝,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나의 흐름으로 반복하다 보니 하루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해야 할 일을 먼저 떠올리고 운동을 끼워 넣었다면, 지금은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하루의 중심이 된다.

    하루키가 달리기를 통해 삶을 유지했듯, 철인3종 준비 과정의 운동과 명상은 일상을 지탱하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 운동을 잘하기 위해 삶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운동이 필요해진 상태다.

     

    철인3종을 통해 기대하는 변화

    아직 완주는 멀다. 결과를 이야기할 단계도 아니다. 하지만 준비 과정을 거치며 분명해진 것이 있다. 이 도전은 단순한 스포츠 목표가 아니라, 삶을 다루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운동과 명상, 기록을 통해 하루를 설계하는 감각은 이미 일상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아마 완주 이후의 나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몸의 신호를 조금 더 신뢰하고, 속도를 조절할 줄 알며, 반복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가능성은 높다. 그것만으로도 이 준비 과정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정리하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달리기에 관한 책이지만, 철인3종과 명상을 함께 준비하는 지금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건넨다. 운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삶의 리듬을 지키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아직 결승선을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이 준비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하루키의 달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사고방식이 바뀌고,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이 변화가 지금의 나를 가장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