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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훈련을 시작했을 때, 나는 '훈련하는 날'과 '쉬는 날'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훈련하는 날은 몸을 단련하는 날이고, 쉬는 날은 어쩔 수 없이 비워두는 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쉬는 날은 계획에서 밀려난 날처럼 느껴졌고, 충분히 쉬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늘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훈련을 이어가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나는 쉬는 날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글은 철인3종 훈련 과정에서 내가 '쉬는 날'을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훈련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 계기와 그 이후의 변화를 정리한 기록이다.
쉬는 날이 불안하게 느껴졌던 이유
훈련 초기의 나는 쉬는 날을 잘 사용하지 못했다. 일정표에 훈련이 비어 있는 날이 있으면, 그 공백을 채우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몸은 분명 피로를 느끼고 있었지만, 쉬는 선택을 스스로에게 정당화하지 못했다. 특히 연속 훈련이 이어질수록 "이 정도는 참고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쉬는 날의 필요성을 흐리게 만들었다.
이런 인식은 훈련을 더 성실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훈련의 리듬을 자주 깨뜨렸다. 쉬는 날을 명확하게 인정하지 못하니, 훈련하는 날에도 몸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고, 결국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훈련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쉬지 못한 선택이 남긴 흔적
쉬는 날을 제대로 갖지 못했던 시기에는, 훈련 자체가 점점 무거워졌다. 러닝 도중 사소한 불편감이 자주 나타났고, 사이클이나 수영에서도 몸의 반응이 둔해지는 날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부터 심리적인 부담이 커졌다. '오늘도 또 해야 한다'는 생각이 훈련의 즐거움보다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나는 훈련량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는 상태를 반복해서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점점 분명해진 사실은, 쉬지 않는 훈련이 곧 성실한 훈련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쉬는 날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
전환점이 된 계기는, 비교적 강도가 높은 훈련 주간을 보낸 이후였다.
연속된 러닝과 브릭 훈련을 마치고 나서도, 나는 다음 날 가벼운 훈련이라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워밍업 단계에서부터 몸의 반응이 평소와 달랐다. 움직임은 가능했지만, 리듬이 쉽게 맞지 않았고 집중력도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오늘은 아무 훈련도 하지 않는 선택'을 의식적으로 했다. 단순히 훈련을 빼먹은 것이 아니라, 회복을 목적으로 하루를 비워두는 선택이었다. 그 선택 이후, 다음 날의 훈련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몸의 반응도, 훈련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이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쉬는 날을 훈련으로 인식하게 된 변화
이 경험을 계기로 나는 쉬는 날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쉬는 날은 훈련이 없는 날이 아니라, 다음 훈련을 가능하게 만드는 날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 관점이 생기자 쉬는 날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었고, 오히려 훈련 전체를 더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쉬는 날을 명확하게 계획에 포함시키자, 훈련하는 날의 집중도도 달라졌다. '오늘은 훈련하는 날'과 '오늘은 회복하는 날'이 분명히 구분되니, 어느 쪽에서도 애매한 선택을 하지 않게 되었다.
쉬는 날의 기준이 바뀌다
지금의 나는 쉬는 날을 감정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단순히 피곤하다고 쉬는 것도 아니고, 괜찮아 보인다고 무조건 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훈련 흐름, 연속 훈련의 강도, 회복 속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쉬는 날을 결정한다. 이 판단은 하루 단위가 아니라 훈련의 흐름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기준이 생기자, 쉬는 날은 더 이상 훈련에서 이탈한 날이 아니라 훈련 계획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된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철인3종 훈련에서 쉬는 날이 갖는 의미
철인3종 훈련은 한 종목의 완성도가 아니라, 세 종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흐름 속에서 쉬는 날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에 가깝다. 몸이 회복될 시간을 확보해야 다음 훈련에서도 판단이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쉬는 날을 통해 몸뿐만 아니라 훈련에 대한 태도도 함께 정리한다. 이 과정 덕분에 훈련은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쉬는 날을 훈련 흐름 안에서 활용하는 방식
쉬는 날을 훈련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 이후, 나는 쉬는 날에도 몇 가지 패턴을 유지하게 되었다.
완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회복을 촉진하는 최소한의 루틴을 만들어 두었다. 이 루틴은 훈련만큼 강하지 않지만, 몸의 리듬을 완전히 끊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예를 들어,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폼롤러를 활용한 이완은 쉬는 날에도 자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몸의 긴장된 부위를 확인하고, 다음 훈련에서 주의해야 할 지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식사와 수분 섭취도 훈련하는 날만큼 신경 쓰려고 노력한다. 쉬는 날이라고 해서 관리를 소홀히 하면, 다음 훈련으로의 전환이 더디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쉬는 날에도 훈련 일지를 간단하게나마 작성한다는 점이다.
'오늘은 쉬었다'라는 기록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왜 쉬기로 했는지, 쉬면서 몸에서 느껴진 변화는 무엇인지를 함께 적는다. 이런 기록이 쌓이면서, 쉬는 날의 패턴과 그 이후 훈련의 질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쉬는 날도 하나의 데이터가 되었고, 그 데이터는 앞으로의 훈련 계획을 세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마무리: 쉬는 날이 훈련을 완성한다
쉬는 날을 훈련으로 인식하게 된 이후, 철인3종 훈련은 이전보다 훨씬 관리 가능한 과정이 되었다. 더 많이 하는 훈련보다, 적절히 비워두는 훈련이 결국 더 멀리 데려간다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철인3종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면, 훈련을 언제 할지뿐만 아니라 언제 쉬어야 하는지도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해보길 권한다. 그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훈련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 글은 쉬는 날의 활용법을 설명하기보다, 훈련을 지속하기 위해 내가 쉬는 날을 어떻게 인식하게 되었는지를 기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