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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닝 5주차, 적응과 전환 사이에서

5주차에 접어든 스피닝 루틴은 이제 하나의 리듬을 갖기 시작했다. 비록 나는 철인 3종 선수는 아니지만, 한 가지 운동을 꾸준히 반복하면서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하는지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변화'가 단순히 체력 향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여러 부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연말의 함정, 식사 전략으로 방어하다
연말이 되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늘어나는 식사 자리다. 회식, 모임, 송년회까지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식단 관리는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식사 전에 양배추와 각종 야채를 최대한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탄탄하다. 2018년 Nutrition Review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먼저 섭취하면 혈당 급상승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빠르게 형성해 전체 열량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식사 시작 20분 전에 채소를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총 칼로리 섭취량이 평균 12%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Journal of the 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 2014). 포만감 신호가 뇌에 전달되는 데 일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식이섬유를 먼저 섭취해 위를 채우는 것은 과식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연말의 잦은 회식 속에서도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작은 전략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의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몸의 생리적 반응을 활용한 식사 순서 조절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몸이 말하는 변화, 수치로 확인하다
스피닝 한 타임은 보통 10곡으로 구성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 중 절반도 제대로 따라가기 힘들었다.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중간중간 속도를 늦춰야만 했다. 하지만 5주차에 접어든 지금, 나는 8곡 중 70~80%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변화는 단순한 체감이 아니다. 동일한 강도의 운동이 점점 덜 힘들게 느껴진다는 것은, 심폐 지구력과 근지구력이 함께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최대산소섭취량(VO₂max)이 개선되면 같은 운동을 수행할 때 필요한 심박수가 낮아지고,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는 주 35회, 중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46주간 지속하면 VO₂max가 5~15% 향상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 내 경우도 이와 일치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운동 중 느껴지는 피로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막연히 힘들었다면, 지금은 허벅지 근육에 집중적으로 부담이 느껴진다.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곡이 늘면서 근육 사용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알이 배긴다'는 지연성 근육통(DOMS, Delayed Onset Muscle Soreness)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DOMS는 익숙하지 않은 운동이나 강도가 급격히 증가했을 때 근섬유가 미세하게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통증이다. 하지만 동일한 형태의 운동을 반복하면 근육이 적응하면서 DOMS 발생 빈도가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발표된 연구 결과다. 나의 경우 스피닝이라는 동작 패턴에 근육이 충분히 적응했기 때문에, 운동 후 며칠간 지속되는 통증보다는 운동 중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강한 피로감이 더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 순간적 피로감은 고강도 인터벌 구간에서 젖산이 빠르게 축적되기 때문이다. 스피닝은 속도와 저항을 반복적으로 조절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무산소 대사 구간이 자주 발생한다. 이때 생성된 젖산이 혈중에 쌓이면서 근육에 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피로감이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이는 근육 손상이 아니라 대사 과정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회복 시간이 주어지면 빠르게 해소된다.
기술적 진보와 신체적 신호
5주차에 들어서며 가장 뚜렷하게 느껴지는 변화는 동작 수행력의 향상이다. 특히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는 동작에서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 이는 단순히 균형 감각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어 근육과 고관절 주변 안정화 근육이 함께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코어 근육은 척추를 중심으로 몸통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며, 특히 상체를 지탱하는 힘이 줄어들었을 때 더욱 활성화된다.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에 따르면, 사이클 운동 중 코어 근육의 활성도는 손으로 지지하지 않는 동작에서 최대 40% 이상 증가한다. 나의 경우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코어와 골반 안정성이 향상되면서, 상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하체의 페달링 리듬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약간의 무릎 피로감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원래 약했던 왼쪽 발목에도 부하감이 감지된다. 이는 특정 관절에 반복적인 부하가 집중되고 있다는 신호다. Clinical Biomechanic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이클 계열 운동에서는 안장 높이와 발목 각도가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스트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안장이 너무 낮거나 발목 가동성이 제한되어 있으면, 무릎 전면부에 과도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또한 페달링 동작은 무릎 관절을 굽혔다 펴는 반복 운동이기 때문에, 슬개대퇴 관절(무릎뼈와 넓적다리뼈 사이)에 마찰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 부위는 체중의 7배에 달하는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고강도 운동 시 부하가 더욱 증가한다(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왼쪽 발목의 경우, 기존에 약했던 부위라면 주변 근육과 인대의 지지력이 오른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태에서 반복적인 회전 운동이 이어지면, 발목 주변 조직에 누적 피로가 쌓이게 된다.
스포츠 손상 예방 측면에서 이러한 신호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통증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전, 피로감이나 불편함이 느껴지는 단계에서 운동 방식을 조정하는 것이 장기적인 운동 지속성을 높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컨디션 관리, 그리고 몸의 재구성
연말은 누구에게나 컨디션 조절이 어려운 시기다. 업무 마감, 각종 모임, 다음 해 계획 수립까지 겹치면서 수면 시간은 들쑥날쑥해진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체중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식사 전략과 함께, 지속적인 운동이 기초대사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시켜 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체중이 유지되는 것 이상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체형이다. 다리 근육이 확연히 탄탄해졌고, 전신의 실루엣이 슬림해진 느낌이 강해졌다. 이는 근육량은 유지 또는 증가하면서 체지방률이 감소하는 전형적인 신체 재구성(body recomposition) 과정이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요소가 결합된 스피닝은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효과적인 운동 방식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은 스피닝 직후였다. 운동으로 체온이 올라간 상태에서 라운드 숄더를 개선하기 위해 등 뒤로 양손을 깍지 끼는 스트레칭을 진행했는데, 관절 가동 범위가 확실히 넓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에 따르면, 근육 온도가 상승한 상태에서 스트레칭을 수행하면 결합조직의 점탄성이 증가해 유연성 개선 효과가 2배 이상 커진다. 운동 후 몸이 따뜻한 상태는 스트레칭의 골든타임인 셈이다.
라운드 숄더는 현대인의 대표적인 자세 문제 중 하나다. 장시간 앉아서 작업하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어깨가 앞으로 말리고, 가슴 근육은 짧아지며, 등 근육은 약해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슴 근육을 이완시키고 등 근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어깨 관절의 후방 가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 스피닝 후 진행한 스트레칭은 이 세 가지 요소를 한 번에 충족시키는 동작이었고, 실제로 어깨가 뒤로 열리는 느낌이 이전보다 훨씬 명확했다.
전환의 기로에 서다
이제 나는 한 가지 선택 앞에 서 있다. 계속 스피닝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잠시 천국의 계단(스텝밀)으로 운동 방식을 조정할 것인가. 무릎과 발목에서 느껴지는 신호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고등이다.
천국의 계단은 계단 오르기 동작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유산소 운동 기구다. 스피닝과 비교했을 때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반복적인 굴곡-신전 부하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심폐 지구력과 하체 근력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계단 오르기는 고관절 신전근(엉덩이 근육)을 더욱 강하게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스피닝에서 주로 사용되는 대퇴사두근(허벅지 앞쪽)과는 다른 근육군을 발달시킬 수 있다.
이는 철인 3종 선수들이 훈련 과정에서 자주 활용하는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철인 3종은 수영, 사이클, 러닝이라는 세 가지 종목을 연속으로 수행하는 극한의 지구력 스포츠다. 선수들은 시즌 중 특정 종목에 과부하가 걸리면, 다른 종목의 비중을 일시적으로 늘려 자극을 분산시킨다. 예를 들어 무릎 부담이 큰 러닝 훈련량을 줄이는 대신, 수영과 사이클 훈련을 늘려 전체적인 훈련 강도는 유지하면서도 특정 관절의 부담은 줄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 개념은 일반인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한 가지 운동만 지속하면 특정 근육과 관절에 과부하가 걸려 부상 위험이 증가하지만, 여러 운동을 번갈아 수행하면 전신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면서도 각 부위에 충분한 회복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 Sports Medicine 저널은 크로스 트레이닝이 과사용 손상(overuse injury)을 최대 5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다.
현재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리한 강도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운동은 단기간의 도전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습관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무릎과 발목을 보호하면서도 심폐 자극을 유지할 수 있는 선택이 지금 시점에서는 더 현명해 보인다.
이어짐의 철학
결국 철인 3종의 역사와 지금 나의 스피닝 기록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운동은 극단이 아니라, 이어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도록 만드는 구조였다.
1978년 하와이에서 시작된 최초의 아이언맨 대회는 "수영 선수, 사이클 선수, 마라토너 중 누가 가장 강한가?"라는 술자리 논쟁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답은 "세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끝까지 완주하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나에게도 지금 필요한 것은 같은 철학이다. 5주간의 스피닝을 통해 심폐 능력과 하체 근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지만, 무릎과 발목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같은 운동만 고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대신 천국의 계단으로 일시적으로 전환해 관절 부담을 줄이면서, 다른 형태의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정은 포기가 아니다. 오히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운동의 본질은 단기간의 성취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몸과 대화하며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5주차를 마무리하며, 나는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운동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운동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속 가능성의 열쇠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적절한 시점에 전환할 줄 아는 지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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