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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편. 철인3종 유래와 역사 - 1977년 하와이 술자리 농담에서 시작된 아이언맨의 탄생 비화

📑 목차

    철인3종 준비 중 갑자기 궁금해진 이야기 - 이 미친 경기는 대체 누가 시작한 걸까

    22편. 철인3종 유래와 역사 - 1977년 하와이 술자리 농담에서 시작된 아이언맨의 탄생 비화

    스피닝 페달을 밟다가 문득 든 의문

    최근 스피닝 훈련을 하면서 철인3종 완주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궁금해졌다. 수영 3.8킬로미터, 사이클 180킬로미터, 마라톤 42.195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이어서 한다는 이 경기를, 도대체 누가 처음 생각해낸 걸까. 그리고 왜 하필 이런 미친 조합을 만든 걸까.

    훈련 중 허벅지가 타들어갈 때마다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스피닝 한 시간도 힘들어 죽겠는데 여기에 수영과 마라톤까지 연달아 한다니. 이건 분명 정상적인 사람이 만든 경기가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찾아봤다. 철인3종의 진짜 시작 이야기를.

    1977년 하와이, 술자리에서 시작된 논쟁

    철인3종의 시작은 1977년 2월 하와이 오아후섬에서 열린 오아후 페리미터 릴레이라는 달리기 대회의 시상식 자리였다. 당시 미국 해군 중령 존 콜린스와 그의 동료들은 시상식 후 맥주를 마시며 흔히 그렇듯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주제는 단순했다. 수영 선수, 사이클 선수, 마라톤 선수 중 누가 가장 강하고 멋있냐는 것. 콜린스는 벨기에의 전설적인 사이클리스트 에디 메르크스가 역사상 가장 높은 산소 섭취량을 기록했다며 사이클 선수가 가장 훌륭한 선수일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수영 선수들과 육상 선수들도 각자의 종목이 최고라며 맞섰다.

    술자리 논쟁이 그렇듯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러자 존 콜린스가 기발한 제안을 했다.

    "그럼 직접 다 해보면 되잖아. 누가 먼저 끝내는지 보고, 그 사람을 아이언맨(Iron Man)이라고 부르자"

    하와이에 이미 있던 세 가지 전설적인 대회

    사실 하와이에는 이미 세 가지 유명한 지구력 대회가 존재하고 있었다. 콜린스의 천재성은 이것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발상에 있었다.

    첫 번째는 와이키키 러프워터 스윔이라는 2.4마일 오션 스윔 대회였다. 하와이의 거친 바다를 가로지르는 이 수영 대회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도전적인 이벤트였다. 두 번째는 오아후섬 일주 사이클 대회로 원래는 185킬로미터였지만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대회였다. 세 번째는 호놀룰루 마라톤으로 26.2마일의 정규 마라톤 코스였다.

    콜린스의 계획은 간단했다. 이 세 대회를 하루에 연달아 완주하는 것이다. 다만 사이클 코스는 원래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것을 몰랐기에 112마일로 조정했고, 이것이 현재까지 아이언맨의 표준 사이클 거리가 되었다.

    1978년 2월 18일, 15명의 용감한 도전자들

    첫 번째 아이언맨 대회는 1978년 2월 18일 오아후섬에서 열렸다. 당시 이 대회는 아직 공식적으로 아이언맨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았다. 그저 존 콜린스가 만든 괴상한 복합 운동 이벤트였다.

    총 15명의 남성이 출발선에 섰고, 그중 12명이 완주에 성공했다. 흥미로운 점은 각 참가자마다 개인 서포트 크루가 있어서 물과 음식, 그리고 격려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미국 해군 SEAL인 존 던바는 마라톤 구간에서 물이 떨어지자 서포트 크루가 대신 맥주를 건넸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최초의 아이언맨은 미국 해군 통신 전문가였던 고든 할러로, 그는 11시간 46분 58초라는 기록으로 역사상 첫 번째 아이언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재미있게도 존 콜린스 본인도 경기에 참가했는데 그는 9번째로 17시간 38초 만에 완주했다. 자신이 만든 대회를 직접 완주한 것이다.

    술자리 농담이 전설이 된 순간

    콜린스는 각 참가자의 레이스 키트에 짧은 메모를 넣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아이언맨의 공식 슬로건이자 등록상표가 되었다.

    "수영 2.4마일! 사이클 112마일! 달리기 26.2마일! 평생 자랑하세요!(Swim 2.4 miles! Bike 112 miles! Run 26.2 miles! Brag for the rest of your life!)"

    이 문구에는 콜린스 부부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완주 자체가 목표였고, 완주한 사람은 평생 자랑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철인3종의 정신이 되었다. 속도보다 인내, 경쟁보다 완주.

    1979년, 첫 여성 완주자의 등장

    1979년 두 번째 대회에는 50명이 등록했지만 악천후로 많은 이들이 포기했고 15명만이 출발선에 섰다. 이 대회에서 린 르메르라는 여성이 최초로 완주에 성공하며 6위를 기록했다. 그녀의 기록은 12시간 55분 38초로, 남자 우승자보다 1시간 40분 정도 느린 기록이었지만 충분히 대단한 성취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콜린스는 이 대회를 릴레이 형태로 바꿔 더 많은 참가자를 끌어들일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바꾼 운명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기자 배리 맥더모트가 골프 토너먼트 취재차 하와이에 왔다가 우연히 아이언맨 대회를 발견했고, 이 경기에 매료되어 무려 10페이지에 달하는 대형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콜린스에게는 수백 통의 참가 문의가 쏟아졌다.

    1980년 대회에는 참가자가 급증했고, 당시 27세였던 데이브 스콧이 9시간 24분이라는 기록으로 기존 기록을 2시간 가까이 단축했다. 1981년 대회에는 참가자가 326명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콜린스는 1980년 말 워싱턴 DC로 전근을 가게 되면서 지역 스포츠 클럽 오너인 행크 그루먼에게 대회 운영을 무상으로 양도했다. 다만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첫째, 자신과 가족이 원할 때 언제든 참가할 수 있을 것. 둘째, 엘리트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항상 출전 기회를 제공할 것.

    이것이 아이언맨이 엘리트 선수만의 대회가 아닌, 보통 사람들도 도전할 수 있는 대회가 된 중요한 이유다.

    1982년, 전 세계를 울린 줄리 모스의 완주

    1982년 하와이 아이언맨 대회는 트라이애슬론이 체계적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당시 22세였던 줄리 모스는 운동생리학 논문 연구를 위해 이 대회에 참가했는데, 처음에는 대회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특별한 훈련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경기 내내 편안한 선두를 유지했지만 결승선 약 2마일 전방에서 심각한 탈수 증세를 겪었다.

    모스는 결승점 4미터를 앞두고 쓰러진 후 12분 동안 기어서 완주선을 통과했다. 결승선을 불과 몇 미터 앞두고 경쟁자인 캐슬린 맥카트니에게 추월당했지만, 그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어서 완주하는 장면은 TV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되었다.

    이 극적인 순간은 철인3종이 무엇인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이후 철인3종 경기가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다. 줄리 모스의 완주는 단순한 2등 완주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승리였고,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언맨의 진정한 의미를 각인시켰다.

    1981년, 코나로의 이전과 용암 지대의 전설

    1981년 대회부터 경기 장소가 오아후섬에서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카일루아코나로 이동했다. 이 변화는 아이언맨을 더욱 전설적인 대회로 만들었다. 코나의 극심한 더위, 높은 습도, 예측 불가능한 측풍, 특히 사이클 구간의 용암 지대는 경기를 더욱 가혹하게 만들었고, 이 코스 자체가 지구상에서 가장 힘든 지구력 테스트 중 하나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서양에서 시작된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양력이 아닌 음력을 기준으로 보름달이 뜰 때를 대회일로 정한다. 그 이유는 경기가 늦은 야간까지 진행되는데 보름달 때의 야간이 가장 밝아 선수들의 시야 확보와 안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밤 11시 이후에도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선수들에게 보름달은 희망의 빛이 된다.

    철인3종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기까지

    철인3종은 빠르게 성장했다. 1990년 10월 20일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이 설립되면서 이 종목은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1994년 9월 5일 프랑스 파리 IOC 총회에서 철인3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다만 올림픽 종목은 수영 1.5킬로미터, 사이클 40킬로미터, 마라톤 10킬로미터로 아이언맨 풀코스보다는 짧은 올림픽 디스턴스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신체의 균형 있는 발달을 가져오기 때문에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처음에는 미국과 유럽의 모험심 강한 스포츠맨들만 즐기던 운동이었지만 현재는 일반인과 장애인까지 참여하며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철인3종의 다양한 거리, 내 목표는 올림픽 코스

    철인3종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거리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철인3종(아이언맨)은 풀코스만을 의미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거리의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존재한다.

     

    가장 짧은 거리는 슈퍼스프린트로 수영 400미터, 사이클 10킬로미터, 달리기 2.5킬로미터다. 그 다음이 스프린트 코스로 수영 750미터, 사이클 20킬로미터, 달리기 5킬로미터를 달린다. 엘리트 선수들이 주로 스프린트 코스를 선호하는데, 짧은 거리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겨루기 때문이다.

     

    그 위가 바로 올림픽 코스다. 수영 1.5킬로미터, 사이클 40킬로미터, 달리기 10킬로미터. 예전에는 이것을 표준거리 코스라고 불렀지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올림픽 코스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많은 동호인들이 목표로 삼는 거리가 바로 이 올림픽 코스다. 나 역시 2027년 완주를 목표로 훈련 중이다.

     

    올림픽 코스 위로는 하프 코스가 있다. 수영 1.9킬로미터, 사이클 90킬로미터, 달리기 21.1킬로미터로 정확히 아이언맨의 절반 거리다. 그래서 아이언맨 70.3이라고도 부른다. 이 거리부터는 본격적으로 장거리 지구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최고봉인 풀코스, 아이언맨이 있다. 수영 3.8킬로미터, 사이클 180.2킬로미터, 달리기 42.195킬로미터. 총 226킬로미터를 17시간 안에 완주해야만 진정한 철인으로 인정받는다. 17시간 제한의 의미는 대회가 보통 오전 7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자정 전까지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올림픽 코스와 아이언맨 풀코스의 거리 비율이다. 올림픽 코스는 총 51.5킬로미터인 반면 풀코스는 226킬로미터로 약 4.4배 차이가 난다. 단순히 4배 더 달리는 것이 아니라 4배 이상의 지구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나는 지금 올림픽 코스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피닝을 하며 40킬로미터 사이클을 상상하고, 러닝머신을 뛰며 10킬로미터를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앞에 1.5킬로미터 수영을 붙여서 완주하는 날이 올 것이다. 풀코스는 그 다음 목표다. 아직 멀지만, 존 콜린스도 처음부터 17시간 완주를 꿈꾼 건 아니었을 테니까.

    지금도 진화하는 철인3종의 세계

    현재 아이언맨 하와이 코스 세계기록을 세웠을 때 크레이그 알렉산더라는 호주 선수의 나이는 38세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철인3종은 젊을수록 체력이 좋긴 하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훈련해야 기록이 나오는 특성상 30대, 40대에도 충분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운동이다. 이것이 나 같은 40대 초반이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이다.

     

    현재는 아이언맨보다 더 긴 거리의 울트라 트라이애슬론도 존재한다. 각 종목당 아이언맨 거리의 2배를 도는 더블, 3배인 트리플, 4배인 쿼드러플, 5배인 퀸터플, 그리고 10배인 데카 코스까지 있다. 데카 코스의 세계 기록은 남자 192시간 8분 26초, 여자 기록은 249시간 14분 52초로, 각각 1997년과 1994년에 수립된 기록이다.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시험하는 극한의 도전이다.

    술자리 농담이 만든 스포츠 전설

    결국 철인3종은 1977년 하와이 술자리에서 시작된 농담이었다. 누가 가장 강한 선수냐는 사소한 논쟁에서 시작해 "그럼 다 해보면 되잖아"라는 단순한 발상으로 탄생했다.

    그런데 이 농담은 진지해졌고, 15명의 용감한 참가자가 모였고, 그중 12명이 완주했다. 그리고 줄리 모스가 기어서 완주선을 넘는 장면이 전 세계에 방송되면서 이것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닌 인간 정신의 승리를 상징하는 전설이 되었다.

    존 콜린스가 남긴 "평생 자랑하세요"라는 문구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이것은 완주 자체가 승리라는 철학이고, 속도보다 인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그리고 이것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철인3종의 정신으로 남아 있다.

    나도 언젠가 "평생 자랑할" 수 있을까

    스피닝을 하며 허벅지가 타들어갈 때, 수영장에서 숨이 차올라 벽을 잡을 때, 러닝머신에서 다리가 풀릴 때마다 생각한다. 이것들을 하루에 연달아 한다는 게 가능한가.

    하지만 1978년 오아후섬에서 15명이 그랬듯이, 줄리 모스가 기어서 완주했듯이, 38세의 크레이그 알렉산더가 세계기록을 세웠듯이, 나도 언젠가는 "평생 자랑할" 그날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스피닝 한 시간도 버겁지만, 그래도 계속 페달을 밟는다. 존 콜린스가 17시간 만에 완주했듯이.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술자리 농담에서 시작된 이 미친 경기의 역사를 알고 나니, 오히려 용기가 생긴다. 결국 철인3종은 특별한 사람들의 경기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도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