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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보드가 철인3종 훈련에 미치는 영향, 운동·멘탈 모두 분석

겨울마다 스노우보드를 타는 이유
겨울이 되면 나는 매주말 스노우보드를 타러 간다. 솔직히 말하면 이 운동을 "아주 즐기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차가운 공기, 미끄러운 설면, 넘어질 때의 통증은 늘 긴장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편과 함께 스노우보드를 탄다. 겨울이라는 계절 안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내려오는 그 순간들이 우리 부부에게는 하나의 추억이자 약속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말에 슬로프를 오르내린 뒤 함께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는 평일의 바쁜 훈련 일정 속에서는 쉽게 얻기 어려운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다. 나는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수영, 사이클, 러닝이라는 명확한 종목이 있는 상황에서 스노우보드는 분명 비주류 운동이다.
하지만 주말에는 어찌 되었든 스노우보드를 타러 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간이 과연 훈련에 방해만 될까, 아니면 생각보다 의미 있는 보완 훈련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나는 스노우보드가 철인 3종 준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차분히 정리해 보기로 했다.
스노우보드가 철인 3종에 주는 신체적 강화 효과
코어와 숨어 있는 작은 근육들의 깨어남
철인 3종의 세 종목은 공통적으로 '전진 운동'이다. 몸은 앞을 향해 움직이고, 좌우 흔들림은 최소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반면 스노우보드는 지속적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며 측면 안정성을 요구한다. 보드 위에 서 있는 동안 신체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깊은 코어 근육을 끊임없이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배 안쪽의 깊은 근육들이 활성화되고, 발목과 무릎 주변의 작은 안정화 근육들이 동시에 움직인다. 평소 수영이나 러닝으로는 자극하기 어려운 부위들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이클 주행 시 상체 흔들림을 줄여주고, 러닝 시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자세를 유지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즉, 눈 위에서의 불안정성이 오히려 철인에게 필요한 안정성을 키워준다.
실제로 스노우보드를 타고 난 다음 날 수영장에 가면 킥보드를 잡고 있을 때 몸통의 중심이 더 단단하게 잡히는 느낌을 받는다. 사이클을 탈 때도 오르막에서 상체가 덜 흔들린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결국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내리막에서 버티는 힘, 부상을 막는 힘
슬로프를 내려올 때 하체는 단순히 밀어내는 힘이 아니라 '버티는 힘'을 사용한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동시에 수축하는 상태에 놓인다. 마치 브레이크를 걸면서도 속도를 조절하는 것처럼, 근육이 늘어나는 동시에 힘을 내는 것이다.
이 자극은 러닝에서 내리막 구간이나 장시간 착지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나는 스노우보드를 탄 다음 날 러닝을 할 때 무릎이 덜 흔들린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이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하체 근육이 충격을 제어하는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철인 3종 경기에서 가장 마지막 종목인 러닝은 이미 수영과 사이클로 지친 상태에서 시작된다. 이때 근육의 버티는 힘이 약하면 자세가 무너지고 부상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스노우보드는 철인 3종 선수에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인 부상 위험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몸의 위치를 감지하는 능력의 발달
눈 상태는 늘 일정하지 않다. 단단한 설면, 녹아 있는 눈, 갑자기 파인 지형까지 매 순간 다르다. 이 환경에서 우리 몸은 관절의 각도와 몸의 위치를 끊임없이 감지하고 수정한다. 눈을 감고도 팔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몸에는 자신의 위치를 느끼는 감각이 있다.
이 감각이 발달하면 피로가 누적된 레이스 후반부에도 자세 붕괴를 늦출 수 있다. 수영 턴 동작에서의 정확성, 사이클 코너링 시 안정감, 러닝 후반의 발 착지 감각까지 모두 이 감각과 연결된다. 스노우보드는 이 감각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매우 효과적인 환경이다.
특히 철인 경기 후반, 정신이 몽롱해지고 근육이 지쳐갈 때 이 감각이 살아있으면 본능적으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기록 단축뿐만 아니라 완주율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요소다.
심폐 지구력 유지와 관절 부담 감소
스노우보드는 휴식과 고강도가 반복되는 인터벌 형태의 운동이다. 짧은 하강 구간에서 심박수는 빠르게 상승하고, 리프트를 타며 회복 구간을 갖는다. 이 패턴은 철인 훈련의 심폐 자극 구조와 유사하다. 겨울철에 실내 운동만 하다 보면 자칫 심폐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스노우보드는 이를 보완해준다.
또한 눈 위에서의 움직임은 아스팔트 위 러닝보다 관절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다. 겨울철은 대부분의 철인 선수들에게 '기초 체력 쌓기' 시기다. 이때 러닝 볼륨을 과도하게 늘리면 무릎이나 발목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스노우보드는 겨울철 체력 유지는 물론, 러닝 볼륨을 줄여야 하는 시기에 대체 유산소 운동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철인에게 필요한 심리적 회복 효과
반복 훈련에서 오는 정신적 피로 해소
철인 3종 훈련은 고독하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같은 코스를 달리며, 기록에 끊임없이 자신을 맞춰야 한다. 수영장 검은 줄을 따라 수백 번 왕복하고, 같은 도로를 자전거로 오르내리고, 정해진 트랙을 달린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 피로는 생각보다 빠르게 쌓인다.
스노우보드는 훈련이 아닌 '놀이'로 인식되는 스포츠다. 같은 운동이지만 접근 방식이 다르다. 기록이 아닌 경험에 집중하게 되며, 이 차이는 멘탈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는 스노우보드를 타고 난 뒤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
특히 시즌 초반, 아직 목표 대회가 멀게만 느껴질 때 훈련 동기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주말의 스노우보드는 일종의 보상이자 재충전 시간이 된다. 월요일 아침 수영 훈련에 들어갈 때의 마음가짐이 확연히 달라진다.
완전한 집중과 스트레스 해소
슬로프를 내려오는 동안 머릿속에는 오직 다음 턴과 몸의 균형만 존재한다. 업무 걱정, 훈련 목표, 경기 부담감 같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다. 이 순간 뇌는 강한 집중 상태에 들어간다.
이러한 집중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도한 분비를 억제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자연 속에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움직이는 경험은 실내 훈련으로는 대체하기 어렵다. 장기 레이스를 준비하며 쌓인 긴장감을 정리하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많지 않다.
실제로 스노우보드를 타고 내려온 후 리프트에 앉아 산을 바라보는 시간은 일종의 명상 같다. 아무 생각 없이 하얀 풍경을 바라보며 호흡을 고르다 보면, 일주일간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는 힘
스노우보드는 넘어짐을 전제로 하는 스포츠다. 아무리 잘 타는 사람도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거나 어려운 코스를 탈 때는 넘어진다. 실패를 반복하고, 다시 일어나고, 조금씩 나아진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회복 탄력성은 철인 경기 후반부의 고통을 견디는 힘과 연결된다.
급경사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경험은, "저번에 그 슬로프도 결국 내려왔잖아"라는 생각이 "이 고통도 견딜 수 있어"로 연결된다.
또한 스노우보드에서 배운 '두려움과의 대화'는 철인 경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완전히 두려움을 없앨 수는 없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함께 나아가는 법을 배운다. 이것이 바로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는 데 필요한 정신력이다.
반드시 고려해야 할 주의 사항
스노우보드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무조건적인 긍정은 위험하다. 손목, 무릎, 어깨 부상은 수영과 사이클 훈련에 치명적이다. 반드시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손목 보호대와 엉덩이 패드는 필수다. 멋 부리다가 다치면 몇 달간 훈련을 쉬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훈련의 특이성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스노우보드는 철인 3종을 대체할 수 없다. 아무리 스노우보드를 잘 타도 그것이 수영 기록을 직접 향상시키지는 않는다. 비시즌 기준으로 주 종목과 보완 운동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철인 훈련 70%, 스노우보드 30% 정도의 균형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느낀다. 주중에는 수영, 사이클, 러닝 훈련에 집중하고, 주말 하루는 스노우보드에 할애하는 식이다. 이 비율은 개인의 목표와 현재 컨디션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정리하며
스노우보드는 철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측면 안정성과 깊은 코어 힘을 채워준다. 동시에 반복 훈련 속에서 지친 마음을 회복시키는 정신적 안전지대가 되어준다. 두려움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타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운동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철인을 준비하는 나에게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하나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슬로프를 내려오며 쌓는 추억은 덤이다. 결국 우리는 더 빠른 기록만을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운동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노우보드는 나에게 균형을 가르쳐준다. 몸의 균형, 훈련과 휴식의 균형, 그리고 목표와 즐거움 사이의 균형. 이 모든 것이 결국 더 나은 철인이 되기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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