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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모든 훈련이 선명했다. 힘들었던 날, 기록이 좋았던 날, 갑자기 페이스가 무너진 날. 매일매일이 뚜렷한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훈련 일지를 펼치면 그날그날의 감정과 상황이 생생하게 떠올랐고, 모든 기록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훈련을 이어가다 보니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다. 점점 더 많은 날들이 기억에 남지 않게 되었다. 훈련을 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헷갈릴 만큼, 인상이 희미한 날들이 늘어났다. 일지를 쓰려고 해도 특별히 적을 말이 없었고, 그저 "평소와 같음"이라는 문장만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이 변화가 불안했다.
"이렇게 평범하게 해도 괜찮은 걸까?"
"훈련 효과가 제대로 있는 건가?"
"뭔가 더 자극적인 훈련을 추가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내가 깨닫게 된 사실은 예상과 정반대였다. 기억에 남지 않는 날들이 쌓이기 시작할 때, 오히려 체력이 가장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 글은 철인3종 훈련 과정에서 왜 평범하고 조용한 날들이 점점 더 중요해졌는지, 그리고 그 날들을 어떻게 신뢰하게 되었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훈련 초반에는 사건의 연속이다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매일이 사건 같았다.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멈춰야 했고, 어떤 날은 예상보다 페이스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또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몸이 무너져서 훈련 후 며칠간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심지어 같은 코스를 달려도 매번 다른 느낌이었고, 컨디션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훈련 초기에는 몸의 반응이 크고, 감정의 진폭도 컸다.
그래서 훈련을 했다는 실감이 강했다. 훈련 일지를 쓰면 쓸 말이 많았고, 하루하루가 의미 있게 느껴졌다. SNS에 공유할 만한 이야기도 많았고, 누군가에게 설명할 거리도 넘쳤다.
하지만 이런 요란한 훈련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몸이 아직 자극을 안정적으로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매번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느라 리듬이 쉽게 무너졌다. 좋은 날 이후에는 반드시 무너지는 날이 찾아왔고, 회복 기간을 예측할 수 없었다.
사건 중심의 훈련은 인상적이지만 불안정하다. 그리고 그 불안정함은 체력이 일정하게 쌓이기 어렵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체력이 쌓일수록 하루가 비슷해진다
체력이 점점 쌓이기 시작하면서, 훈련의 느낌이 달라졌다.
러닝을 해도, 사이클을 타도, 수영을 해도, "오늘 특별했다"는 인상이 점점 사라졌다.
대신 이런 감각들이 남았다.
- 훈련 중에 무리가 없었다
- 평소와 비슷한 페이스로 끝났다
- 훈련 후에도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 다음 날 훈련을 고민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착각한다. "요즘 훈련이 재미없어졌다 = 정체 상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훈련이 지루하게 느껴지면 뭔가 변화를 줘야 한다고 믿었다. 강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코스를 추가하거나, 인터벌 훈련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가 많다. 몸이 자극을 더 이상 '사건'으로 인식하지 않고, 일상적인 부하로 처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훈련이 몸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그 훈련을 충분히 소화할 능력이 갖춰졌다는 뜻이다.
훈련이 조용해진다는 것은 몸이 그 강도를 흡수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아무 일도 없는 날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억에 남지 않는 훈련 날들을 돌이켜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첫째, 훈련 전부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무리하지 않으면 이 정도 거리는 소화할 수 있겠다는 감각이 있었다. 훈련 자체가 도박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은 어떻게 될까?"라는 불안감 대신, "오늘도 비슷하게 끝나겠지"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둘째, 훈련 중간에 페이스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빨라지거나 급격히 무너지는 구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흐름이 유지되었다. 심박수도 안정적이었고, 호흡도 일정했다. 중간에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셋째, 훈련 후 회복이 자연스러웠다.
억지로 쉬어야 할 만큼 피로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훈련을 안 한 것처럼 가볍지도 않았다. 몸이 정상적으로 반응했다.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매끄러웠다.
넷째, 다음 날 훈련을 고민하지 않았다.
"내일 쉬어야 하나?" "계획대로 해도 될까?" 같은 걱정이 없었다. 다음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불안감 없이 계획을 믿을 수 있었다.
이런 날은 훈련 일지에 적을 말이 별로 없다.
"조깅 6km, 무난했음."
"사이클 90분, 평소와 같음."
하지만 이런 문장이 반복될수록, 실제 체력은 눈에 띄지 않게 쌓인다.
기록 향상은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날 드러난다
철인3종에서 기록 향상은 대부분 극적인 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러닝 페이스가 갑자기 20~30초 빨라지거나, 같은 파워인데 훨씬 편하게 느껴지거나, 수영에서 호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그날의 훈련 덕분이 아니다.
그 전에 쌓였던 수십 개의 '아무 일도 없던 날'의 결과다.
체력은 쌓이는 동안 거의 티를 내지 않는다. 그러다가 일정 수준 이상 누적되면, 갑자기 드러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마치 물이 끓기 직전까지는 아무 변화가 없다가 100도에 도달하는 순간 끓어오르는 것처럼, 체력도 비슷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기록이 갑자기 좋아졌다는 것은, 그 이전에 이미 충분히 쌓였다는 증거다.
그래서 기록 향상의 순간은 축하할 일이지만, 동시에 그 이전의 평범했던 날들을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용한 시기에 가장 위험한 행동
이 조용한 시기에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 더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강도를 갑자기 올리거나, 훈련량을 늘리거나, 쉬어야 할 날에도 억지로 움직인다. 훈련이 너무 편하면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시 훈련이 요란해진다. 피로가 쌓이고, 회복이 늦어지고, 리듬이 깨진다. 그리고 다시 처음의 불안정한 상태로 돌아간다.
조용함은 정체가 아니라 안정이다.
이 안정이 깨지면, 다시 처음부터 쌓아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흐름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몇 주간 조용히 쌓아온 것이 하루의 무리한 훈련으로 리셋되는 경험을 여러 번 겪으며, 나는 조용함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훈련이 조용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지금이 가장 효율적으로 체력을 쌓고 있는 구간이라는 신호다. 이 신호를 믿지 못하고 불필요한 변화를 주는 순간, 안정적인 성장 곡선이 무너진다.
지금 훈련이 조용하다면
만약 요즘 훈련이 이렇다면,
- 특별히 힘들지 않다
- 끝나고 나서도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기록을 매번 확인하지 않게 됐다
- 훈련을 안 한 날보다 한 날이 더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지금은 가장 잘 쌓이는 구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에는 훈련을 바꾸기보다,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훈련이다.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억제하고, 지금 흐름을 지키는 것 자체가 훈련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하고 있는 순간이다.
조용한 훈련을 견디는 힘이, 결국 장기적인 성장을 만든다. 매일 극적인 훈련을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날은 평범하고, 그 평범함이 쌓여서 비범한 결과를 만든다.
평범한 날이 쌓여서 비범한 순간이 온다
철인3종 훈련에서 진짜 중요한 날은, 기억에 남는 날이 아니라 기억에 남지 않는 날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들이 쌓여서, 어느 날 갑자기 "어? 편해졌네"라는 순간이 온다.
훈련이 조용해졌다면, 지금은 더 하지 말고 지키는 단계일지도 모른다.
조용함을 불안해하지 말고, 그 조용함이 쌓이도록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체력을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훈련이 요란할 때는 눈에 띄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훈련이 조용할 때는 눈에 띄지 않지만 깊이 쌓인다. 결국 남는 것은 조용히 반복된 날들이고, 그 날들이 만든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기록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지금 훈련이 평범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정체가 아니라 성장의 증거다. 그 평범함을 신뢰하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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