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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훈련에서 체력이 쌓일수록 훈련이 조용해지는 이유

📑 목차

    철인3종 훈련을 오래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든다.

     

    예전보다 분명히 체력은 좋아진 것 같은데, 훈련 자체는 오히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기록이 폭발적으로 오르지도 않고, 훈련이 극적으로 힘들지도 않다. 그저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흘러간다. 처음에는 이 상태가 불안했다.

    "이렇게 해서 정말 좋아지고 있는 게 맞을까?"

    "뭔가 더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훈련이 쌓일수록 나는 이 조용한 시기가 체력이 가장 안정적으로 쌓이고 있다는 신호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글은 철인3종 훈련 과정에서, 체력이 쌓일수록 훈련이 왜 점점 조용해지는지, 그리고 이 시기를 어떻게 바라보게 되었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체력이 쌓이면서 조용해진 철인3종 훈련의 한 장면

    훈련이 요란할수록 불안정했던 시기

    훈련 초반의 나는 항상 훈련이 요란했다.

    훈련 후에는 극심한 피로가 남았고, 다음 날 몸 상태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어떤 날은 갑자기 기록이 좋아졌다가, 며칠 뒤에는 이유 없이 무너졌다. 이 시기의 훈련은 항상 확인과 증명의 연속이었다.

     

    "오늘은 얼마나 했는지"

    "지난주보다 나아졌는지"

     

    이런 질문들이 훈련보다 앞섰다.

    훈련이 끝나면 성취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찾아왔고, 그 감정의 진폭이 컸다. 지금 돌아보면 이 요란함은 성장의 신호라기보다, 훈련이 아직 몸에 제대로 흡수되지 않았다는 표시에 가까웠다.

     

    특히 러닝 후에는 "오늘은 정말 잘 뛰었다"거나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들었지"라는 평가가 매번 달랐다. 이 불규칙성은 훈련이 축적되고 있다기보다는, 매번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는 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이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날은 파워가 잘 나오다가, 다음 날은 같은 코스에서도 다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이 변동성이 클수록 나는 불안했고, 그 불안을 더 많은 훈련으로 채우려 했다.

    체력이 쌓이기 시작하면 드러나는 변화

    체력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훈련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훈련 강도는 비슷한데, 훈련 전후의 감정 변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훈련 전에는

    "오늘은 힘들 것 같다"

    "오늘은 잘 될까"

    같은 생각이 줄어들고,

    훈련 후에는

    "괜찮았다"

    "무리 없었다"

    라는 담담한 감정만 남았다.


    이 변화는 처음에는 성취감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훈련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것을.

    러닝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6km를 달릴 때마다 "오늘도 해냈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6km가 그저 기본 단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달리기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특별한 의지가 필요하지 않았다. 수영에서도 비슷했다. 500m를 쉬지 않고 가는 것이 예전에는 하나의 도전이었다면, 이제는 워밍업의 연장선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몸이 먼저 안정되고, 기록은 나중에 따라온다

    체력이 쌓일수록 가장 먼저 안정되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몸의 반응이다.
    같은 강도에서도 호흡이 급격히 흔들리지 않고, 움직임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러닝에서는 초반과 후반의 페이스 차이가 줄어들고, 사이클에서는 일정 파워를 오래 유지해도 부담이 적어진다. 수영에서도 스트로크 리듬이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 시기의 특징은 훈련 중 '버티는 느낌'이 거의 사라진다는 점이다. 힘들긴 하지만, 그 힘듦이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이때 기록이 바로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체력이 정체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몸은 이미 다음 단계를 받아들일 준비를 조용히 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나는 이 시기를 거친 뒤 강도를 올렸을 때,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새로운 레벨에 적응할 수 있었다. 기록이 정체되어 보이는 3~4주가 지나고 나면, 갑자기 러닝 페이스가 30초 정도 자연스럽게 빨라지거나, 사이클에서 유지 가능한 출력이 10~15W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몸이 이미 내부에서 적응을 완료했고, 그 결과가 기록으로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훈련 후 회복이 눈에 띄지 않게 빨라진다

    체력이 쌓일수록 회복은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와, 완전히 회복됐다"라는 느낌보다는, "어제 훈련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상태가 반복된다. 다음 날 아침에 몸이 무겁지 않고, 워밍업이 길어지지 않으며, 훈련을 시작하는 데 심리적 저항이 없다.

    이런 회복은 기록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훈련을 끊기지 않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체력이 쌓였다는 것은, 더 강한 자극을 견딜 수 있다는 의미이기보다 자극을 흡수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좋아졌다는 의미에 가깝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화요일에 인터벌 훈련을 하면 수요일에는 가벼운 조깅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요일 인터벌 후 수요일에도 중강도 훈련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 심지어 목요일에도 리듬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근육이 강해진 것을 넘어서, 심폐 능력, 근육의 에너지 대사 효율, 신경계 회복 속도가 모두 향상되었다는 의미다.

    훈련을 더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상태

    체력이 쌓인 시기의 가장 큰 변화는 심리적인 부분이다. 예전에는 훈련을 조금만 줄여도 불안했다.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체력이 쌓일수록, 이런 불안이 줄어든다. 훈련을 하루 줄여도, 강도를 낮춰도, 흐름이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오히려 무리해서 뭔가를 더 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생긴다. 이 감정은 게으름이 아니라, 훈련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지금의 훈련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이 시기에 계획보다 훈련을 줄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예를 들어 8km 러닝을 계획했지만 6km에서 멈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음 주 훈련에서 오히려 페이스가 더 안정적이었다.

    이는 무리하게 계획을 완수하는 것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고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훈련이 충분히 쌓였다는 증거다.

    조용한 훈련이 오래 간다

    돌이켜보면, 훈련이 가장 잘 쌓이던 시기는 항상 조용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하루가 없고, 훈련 일지도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몇 달 뒤 돌아보면, 러닝 페이스는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었고, 사이클에서 유지 가능한 출력이 늘어 있었으며, 수영에서도 호흡이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

    조용한 훈련은 눈에 띄지 않지만, 오래 간다. 그리고 오래 간 훈련만이 철인3종에서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

    반대로 요란했던 시기들은 대부분 길게 지속되지 못했다. 급격한 기록 향상 후 부상이 찾아오거나, 극심한 피로가 누적되어 결국 훈련을 쉬어야 했던 경우가 많았다.

    철인3종은 단거리 종목이 아니다. 한 번의 폭발적인 성과보다는, 몇 개월, 몇 년에 걸친 안정적인 축적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축적은 항상 조용하게 진행된다.

    조용한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게 된 선택들

    조용한 훈련 시기를 알아차렸다면, 이 시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외부 비교다.

    SNS에서 다른 사람의 화려한 기록을 보거나, 주변에서 누군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훈련 그룹에서 내가 뒤처지는 것 같다고 느낄 때, 조용한 훈련은 쉽게 불안으로 바뀐다.

    하지만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각자의 훈련 시점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지금 요란하게 성장하고 있는 사람은, 그만큼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지금 조용한 당신은, 가장 안정적으로 쌓이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 시기를 지키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 훈련 일지를 매일 쓰되, 한 달 단위로만 돌아본다
    • 일주일 단위의 기록 변화는 신경 쓰지 않는다
    • 훈련 후 느낌을 기록하되, 그것으로 다음 훈련을 조급하게 바꾸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조용함을 불안으로 착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마무리: 잘 쌓이는 훈련은 흔들리지 않는다

    철인3종 훈련에서 체력이 쌓일수록 훈련은 점점 조용해진다. 요란한 성취감도, 극단적인 피로도 줄어든다. 대신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이 남는다.


    만약 요즘 훈련이 특별히 힘들지도, 특별히 흥분되지도 않는다면, 그렇다면 어쩌면 지금은 체력이 가장 잘 쌓이고 있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훈련은 항상 소리를 내며 성장하지 않는다. 가장 깊이 쌓이는 변화는, 늘 조용히 진행된다.

    이 조용한 시기를 이해하고 나니, 이전의 판단 기준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더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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