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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주기를 알면 철인3종 훈련이 덜 힘들어진다

생리 전 일주일에 접어들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이 시기에도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운동을 해도 괜찮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컨디션 저하는 여러 번 겪었지만, 철인3종 훈련을 본격적으로 이어오면서부터는 그 차이가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같은 훈련 계획을 따라가고 있는데도 몸이 유난히 무겁고,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는 시기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생리 전 일주일은 하체에 피로가 더 쉽게 쌓이고, 작은 자극에도 몸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표를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무리했던 날들도 있었다. 결과는 대부분 비슷했다. 훈련을 마치고 나면 성취감보다는 소모감이 더 크게 남았고, 다음 날 컨디션은 더 떨어졌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이 시기에는 운동을 쉬어야 하나’가 아니라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글은 바로 그 고민에서 출발했다. 생리 전이라는 조건이 철인3종 훈련에서 어떤 변수가 되는지, 그리고 그 변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지 정리해보고 싶었다. 단순한 체력 문제가 아니라, 몸의 주기를 이해하는 것이 장기 훈련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해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철인3종 훈련에 '주기'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
철인3종 훈련을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같은 훈련량임에도 유난히 힘든 날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충분히 쉬었고, 계획도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날들이다. 예전에는 이런 날을 단순히 의지 부족이나 컨디션 난조로 넘겼지만, 훈련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몸의 리듬에는 개인차가 있고, 특히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는 훈련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철인3종은 수영·사이클·러닝이라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세 종목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종목이다. 단순히 하루 이틀의 컨디션이 아니라, 몇 주 단위의 회복과 누적 피로 관리가 성과를 좌우한다. 이 과정에서 생리 주기를 무시한 훈련은 장기적으로 부상과 번아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많은 여성 운동선수들이 생리 주기를 훈련의 방해 요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스포츠 과학 연구들은 오히려 생리 주기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문제는 주기 자체가 아니라, 주기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훈련 계획이다.
생리 주기의 기본 구조부터 이해하기
생리 주기는 일반적으로 난포기(follicular phase), 배란기(ovulation), 황체기(luteal phase), 생리기(menstrual phase)로 나뉜다. 이 중 훈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시기는 난포기와 황체기다.
난포기에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점차 상승하며, 근력과 회복 능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반면 황체기에는 프로게스테론이 우세해지면서 체온이 상승하고, 심박수와 호흡수가 평소보다 높게 유지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시기에는 동일한 운동 강도에서도 주관적 피로도가 더 크게 느껴지고, 수분 저류로 인해 몸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니라, 실제 생리학적 변화에 기반한 것이다. 그래서 훈련 반응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황체기에는 기초 체온이 약 0.3~0.5도 상승하는데, 이는 체온 조절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됨을 의미한다. 같은 운동을 해도 몸이 더 많이 일하는 상태인 셈이다.
생리기는 개인차가 매우 크다. 어떤 사람은 생리 첫날부터 격렬한 운동이 가능한 반면, 어떤 사람은 통증과 피로로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패턴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난포기에는 '빌드업', 황체기에는 '유지'가 핵심
철인3종 훈련을 생리 주기와 연결해보면 전략은 비교적 명확해진다. 난포기에는 근력과 고강도 훈련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황체기에는 강도를 유지하되 볼륨과 회복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방식이다.
난포기에는 인터벌 러닝, 사이클 파워 훈련, 데드리프트나 스쿼트 같은 하체 중심 근력운동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근력과 심폐 자극은 이후 주기에도 긍정적인 기반이 된다. 에스트로겐은 근육 회복을 돕고,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며,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황체기에는 같은 강도를 그대로 유지하려 애쓰기보다, 종목 간 균형을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하체 피로가 누적되었다면 등과 코어 중심의 근력운동으로 전환하거나, 러닝 대신 수영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이는 훈련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선택이다.
황체기에는 지방 대사가 상대적으로 활발해지는 특징도 있다. 이 시기에 저강도 유산소 운동을 늘리면 지방 연소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철인3종은 장시간 지속되는 종목이기 때문에, 지방을 효율적으로 에너지로 사용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철인3종 세 종목과 생리 주기의 관계
수영은 생리 주기 중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종목이다. 체중 부담이 적고 관절 충격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황체기나 생리기에도 훈련 지속성이 높다. 특히 호흡 패턴과 상체 안정성에 집중한 수영은 피로 누적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술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속에서는 부력 덕분에 체중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물의 저항이 근육을 고르게 자극한다. 황체기에 몸이 부었다고 느껴질 때도 수영은 오히려 순환을 돕고 부종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수영은 체온 조절이 수월해 황체기의 체온 상승으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이클은 생리 주기의 영향을 중간 정도로 받는다. 황체기에는 체온 상승과 심박 증가로 인해 같은 파워에서도 더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파워 수치를 고집하기보다, 케이던스와 자세 유지에 초점을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사이클은 앉아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생리통이 있을 때도 비교적 수행 가능한 편이다. 다만 장시간 안장에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할 수 있으므로, 생리 기간에는 인터벌보다는 일정한 페이스의 지구력 라이딩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러닝은 세 종목 중 생리 주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체액 저류와 하체 부종으로 인해 착지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고, 근육 경직도 증가한다. 그래서 황체기에는 슬로우 러닝이나 존2 러닝 위주로 구성하고, 페이스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러닝은 착지 시마다 체중의 2~3배에 달하는 충격이 관절에 전달된다. 황체기에는 인대와 건의 이완도가 증가해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빠른 속도보다 안정적인 폼 유지에 집중하는 것이 안전하다.
생리 전 일주일, 훈련이 가장 흔들리는 시기
생리 전 일주일은 많은 여성 철인에게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피로가 쉽게 쌓이고, 근력 운동 후 회복 속도도 느려진다. 이 시기에 무리하게 고강도 훈련을 지속하면, 실제 경기력 향상보다는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수면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학적으로도 황체기에는 코르티솔 반응이 증가하고, 체온 상승으로 인해 탈수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훈련 강도보다 훈련 지속성이 더 중요해진다. 하루를 쉬는 것보다, 가볍게라도 몸을 움직이며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다음 주기의 훈련 품질을 높인다.
생리 전 증후군(PMS)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이 시기에 집중력 저하, 기분 변화, 식욕 증가 등을 겪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훈련 동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완벽한 훈련을 고집하기보다,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하는 유연성이 필요한 시기다.
수면 패턴도 황체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체온 상승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는 다시 회복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훈련 강도를 조절하고, 수면 환경을 개선하며, 필요하다면 낮잠 등으로 회복 시간을 보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전략이 되는 이유
생리 주기를 훈련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이다. 단순히 오늘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시기에 어떤 훈련이 힘들었는지, 그리고 회복은 얼마나 걸렸는지를 남기는 것이다. 이 기록들이 쌓이면, 나만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록에는 생리 주기뿐만 아니라 수면 시간, 주관적 피로도, 훈련 후 느낌, 식욕 변화 등을 함께 적는 것이 좋다. 3개월 정도의 데이터가 쌓이면 명확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주기에 인터벌이 잘 되는지, 어떤 시기에 근력 운동 후 회복이 느린지, 언제 부상 위험이 높은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생리 주기를 추적하는 앱들도 많이 나와 있다. 이런 도구들을 활용하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 주가 황체기라는 것을 미리 알면, 그 주의 훈련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중요한 레이스가 있다면 생리 주기를 고려해 피크 컨디션을 맞출 수도 있다.
철인3종은 개인 맞춤 전략이 특히 중요한 종목이다. 생리 주기를 이해하고 훈련에 반영하는 것은 약점 관리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에 가깝다. 같은 훈련 프로그램이라도 개인의 주기에 맞춰 미세 조정을 하면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영양 섭취도 주기에 맞춰 조정하기
생리 주기는 훈련뿐만 아니라 영양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난포기에는 탄수화물 대사가 상대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고강도 훈련 전후로 탄수화물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 글리코겐 저장을 최대화하면 이후 황체기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황체기에는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의 비중을 조금 더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프로게스테론은 단백질 분해를 증가시키므로, 근육 회복을 위해 단백질 섭취를 평소보다 10~15% 정도 늘리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이 시기에는 마그네슘과 비타민 B6 섭취가 PMS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생리 기간에는 철분 손실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분이 부족하면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져 지구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붉은 고기, 시금치, 렌틸콩 등 철분이 풍부한 음식과 함께 비타민 C를 섭취하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수분 섭취도 주기별로 조정이 필요하다. 황체기에는 체액 저류가 증가하지만, 이것이 충분한 수분 섭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체온 상승으로 인해 땀 배출이 증가하므로, 평소보다 더 많은 수분이 필요할 수 있다.
심리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생리 주기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심리적 측면이다. 황체기와 생리 전에는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지면서 기분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이는 훈련 동기와 집중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시기에는 자기 비판적인 생각이 강해지기 쉽다. 평소보다 페이스가 느리거나 무게를 들어올리기 힘들 때, '내가 게을러졌다' 또는 '실력이 퇴보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호르몬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자신을 비난하기보다, 몸의 신호를 읽고 조정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팀 동료나 코치와 소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생리 주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지만, 이를 공유하면 훈련 계획을 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여성 코치나 같은 경험을 하는 팀원과의 대화는 심리적 지지를 제공한다.
생리 주기를 알면 훈련이 덜 흔들린다
철인3종 훈련은 항상 완벽한 조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조건을 이해하고 대비할 수는 있다. 생리 주기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지만,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다. 무조건 참아내는 훈련보다, 조정할 줄 아는 훈련이 오래 간다.
오늘의 훈련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그 선택이 전체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한다면 훈련은 훨씬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철인3종은 하루의 기록이 아니라, 주기의 합으로 완성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생리 주기를 고려한 훈련은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강점을 최대화하는 전략이다. 난포기의 좋은 컨디션을 최대한 활용하고, 황체기에는 회복과 기술 향상에 집중하며, 생리기에는 몸을 존중하면서도 움직임을 유지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사이클을 이루고, 그 사이클이 쌓여 장기적인 성장을 만든다.
결국 철인3종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이해하는 것이다. 생리 주기는 그 이해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이를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선수가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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