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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러닝을 하고 나서, 머리가 다시 또렷해졌다

슬로우러닝이 집중력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철인3종 훈련 일지
운동을 시작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체중 감량을, 누군가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또 누군가는 건강 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 마지못해 시작한다. 나의 경우는 불안에 가까웠다. 몸과 정신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고, 그것을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운동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이 글은 철인3종 훈련이라는 큰 틀 안에서, 슬로우러닝이라는 특정한 운동 방식이 내 몸과 정신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기록한 것이다. 단순한 훈련 기록이 아니라, 무너진 상태에서 다시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 몸이 보낸 이상 신호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나는 이상한 증상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기억이 끊기는 느낌, 머리가 멍해지는 시간의 증가, 그리고 잦은 두통. 특히 후두부가 부은 것처럼 묵직한 감각이 자주 느껴졌다. 갑상선 질환이 생긴 이후부터였는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이 증상들은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신체 대사를 과도하게 자극하고 교감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집중력 저하와 기억력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공황 발작, 집중력 저하, 기억력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집중력 저하로 학습 장애나 성격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두통은 갑상선 질환의 직접적 증상이라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호르몬 불균형이 전반적인 신체 상태에 영향을 미치면서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집중력이었다. 일을 하려고 해도 집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어렵게 집중을 해도 유지되는 시간이 짧았다. 업무의 흐름이 자주 끊겼고, 이는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정신적 작업도 함께 무너진다는 것을 그때 절실히 느꼈다. 이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선택한 것이 운동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올바른 방향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고강도 운동의 함정: 더 강하게가 항상 답은 아니다
초기에는 철인3종 준비 겸 여러 이유로 스피닝을 했었다. 강도가 높고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이니 효과가 빠를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로 운동 중에는 체력 소모가 컸고,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운동 후에 나타났다. 운동을 하고 나면 오히려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체력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더 고갈되는 느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운동 후에 잠이 쏟아지는 경우도 생겼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나를 더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후에 강도에 적응이 되면서 그 증상이 많이 잦아 들기는 했지만 꽤 피로감이 컷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고강도 유산소 운동은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 회복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피로 누적과 수면 리듬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당시의 나는 몸이 필요로 하는 회복보다 더 많은 자극을 주는 방향으로 운동을 선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슬로우러닝과의 만남: 느리게 달리는 것의 힘
슬로우러닝은 말 그대로 의도적으로 속도를 낮춘 러닝이다.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페이스로,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의 강도를 유지한다. 다들 좋다고는 하지만 처음에는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이렇게 느리게 뛰어서 무슨 효과가 있을까? 운동을 제대로 하는 게 맞나?
하지만 30분에서 40분 정도 슬로우러닝을 하고 나서 나타난 반응은 전혀 달랐다. 운동 직후에 졸림이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지면서 각성 상태가 되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분명했고, 흐릿했던 생각들이 정리되는 감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벽까지 일해야 하는 날의 경험이었다. 새벽 3시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날에도, 몸은 분명 피곤한데 러닝을 하고 오면 다시 힘을 내서 일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고강도 운동을 했을 때는 운동 후 바로 쓰러져 잤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의 결과였다.
슬로우러닝과 뇌 기능: 과학적 근거 찾기
이 변화가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인지, 실제 생리학적 변화인지 궁금해졌다. 여러 연구 자료를 찾아보니, 중·저강도 유산소 운동이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특히 전전두엽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보고들이 있었다.
전전두엽은 집중력, 판단력, 감정 조절과 깊이 연관된 뇌 영역이다. 내가 경험했던 집중력 저하와 멍한 상태는 결국 이 영역의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슬로우러닝이 바로 이 부분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또한 규칙적인 러닝은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우울감과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고강도 운동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급격히 올릴 수 있는 반면, 슬로우러닝은 비교적 안정적인 자극을 통해 신경계 균형을 회복하는 데 유리한 방식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 머리가 멍해질 때, 달리기가 특히 효과적으로 느껴졌던 이유가 단순한 착각만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트레드밀 설정의 중요성: 작은 경사의 큰 차이
피트니스센터에서 주로 러닝을 하다 보니, 트레드밀 설정도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실내 운동에서는 야외 운동의 다양한 환경적인 변수에 적응하는 에너지가 들지 않아 경사를 1~3 정도로 설정했는데 퍙지에서 의도해 미드풋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발의 앞과 중간이 자연스럽게 닿고, 무릎에 부담이 덜 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부분도 나중에 찾아보니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트레드밀에 소폭의 경사를 주는 것이 평지 러닝보다 관절 충격을 분산시키고, 야외 러닝과 유사한 근육 사용 패턴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트레드밀의 벨트가 뒤로 움직이는 특성상 완전히 평평한 설정은 실제 지면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고, 약간의 경사가 이를 보완해 준다는 것이다.
다만 경사가 과도할 경우 종아리와 아킬레스건 부담이 커질 수 있어, 현재는 낮은 범위에서 유지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몸의 반응을 보며 계속 조정할 계획이다.
달리면서 느낀 감정의 변화: 의무에서 즐거움으로
앚[ 슬로우러닝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뛰는 거 좋아하네?"
그동안 운동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 장치라고만 생각해 왔다. 건강을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것, 의무감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은 달랐다. 기록도, 강도도, 의무감도 없이 그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다. 운동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이 변화는 작지만 중요했다. 즐거움이 없는 운동은 지속하기 어렵다.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억지로 하는 운동은 결국 중단하게 된다. 하지만 즐거움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은 습관이 되고, 삶의 일부가 된다.
철인3종 훈련 속에서 슬로우러닝의 위치
현재 나는 철인3종 훈련을 하고 있다. 철인3종은 수영, 사이클, 러닝 세 종목을 연속으로 수행하는 극한의 지구력 스포츠다. 당연히 각 종목에서 속도와 기록이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슬로우러닝은 기록을 올리기 위한 직접적인 도구는 아닐지 모른다. 더 빠르게 달리는 훈련, 인터벌 트레이닝, 템포런 같은 방식들이 기록 향상에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슬로우러닝은 훈련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정신적으로 흐트러질 때도, 슬로우러닝은 다시 중심을 잡게 해 주었다. 훈련을 쉬어야 할 정도로 지쳐 있을 때, 슬로우러닝은 휴식과 운동의 중간 지점에서 회복을 도왔다.
철인3종 훈련은 장기전이다. 한두 달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이어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간의 폭발적인 성장이 아니라, 꾸준히 훈련을 이어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슬로우러닝은 바로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몇 안 되는 운동 방식이었다.
앞으로의 계획: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오래
지금의 나는 더 빠르게 달리기보다, 더 오래 훈련을 이어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록은 그다음의 문제다. 기본적인 체력과 정신적 안정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록을 추구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슬로우러닝은 당분간 내 훈련의 중요한 축으로 남을 것 같다. 고강도 훈련이 필요한 시기가 오더라도, 슬로우러닝은 회복 수단으로, 정신적 안정을 찾는 방법으로, 그리고 단순히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으로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운동의 목적이 반드시 기록 경신일 필요는 없다. 건강을 유지하고, 정신을 맑게 하고, 일상을 지탱할 힘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슬로우러닝은 나에게 그런 의미를 가진 운동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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