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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편해지자, 훈련이 다시 이어졌다

달리다 보면 알게 된다. 소화가 안 되는 날은 속도도 안 나온다는 것을.
철인3종 훈련을 이어가다 보면 이상한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같은 거리를 달리는데도 어떤 날은 가볍게 진행되고, 어떤 날은 처음부터 몸이 무겁다. 심박수나 페이스 같은 기록은 큰 차이가 없는데, 체감 강도는 분명히 다르다. 이런 차이가 반복되면 데이터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신호가 몸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복부 상태다.
훈련 전에 배가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불편한 날은, 기록과 무관하게 훈련이 힘들다. 같은 심박수로 같은 속도를 유지해도 호흡이 답답하고, 움직임이 뻣뻣하다. 단순한 컨디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자주, 너무 명확하게 반복되는 패턴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철인3종 훈련에서 소화와 복부 상태가 왜 퍼포먼스와 직접 연결되는지 정리해 본다.
철인3종 훈련이 복부에 주는 부담의 구조
철인3종은 수영, 사이클, 러닝이라는 세 가지 종목을 연속으로 수행하는 운동이다. 각 종목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복부를 사용하지만, 공통적으로 복압과 호흡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점에서 복부에 누적 부담을 준다.
수영에서는 호흡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면서 복압을 유지해야 한다. 물속에서 몸을 수평으로 유지하려면 코어에 지속적으로 힘이 들어가야 하고, 이 과정에서 복부 근육이 긴장된다. 특히 자유형에서 머리를 돌려 숨을 쉴 때마다 복압이 순간적으로 높아지는데, 이 동작이 수십 번에서 수백 번 반복된다.
사이클에서는 상체를 숙인 자세에서 복부가 압박받는 상태로 장시간 페달링을 반복한다. 에어로 포지션이나 드롭바를 잡은 자세에서는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복부가 접히는 형태가 되고, 이 상태로 1시간 이상 페달을 밟다 보면 복부 내부 압력이 계속 높아진다. 여기에 언덕을 오르거나 강도를 높일 때는 호흡량이 늘면서 횡격막 움직임도 격렬해진다.
러닝에서는 매 착지마다 복부에 충격이 전달되고, 호흡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횡격막 주변을 계속 사용한다. 러닝은 양발이 번갈아 지면을 박차는 운동이기 때문에 착지할 때마다 체중의 2~3배에 달하는 충격이 몸 전체로 전달된다. 이 충격은 하체뿐 아니라 복부와 내장에도 영향을 주며, 특히 장시간 달릴 경우 복부 내부의 장기들이 흔들리면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운동 방식이 반복되면 복부와 횡격막 주변 근육이 쉽게 긴장된다. 특히 장시간 유산소 훈련이 이어질 경우, 이 긴장은 단순히 근육이 피곤한 수준을 넘어서 소화 기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복부 긴장이 심해지면 장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음식물이 제대로 내려가지 않으며, 가스가 차거나 더부룩한 느낌이 지속된다.
복부가 긴장되면 호흡도 훈련도 흔들린다
복부 긴장은 단순히 소화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호흡 패턴에 직접 영향을 준다. 횡격막은 호흡의 핵심 근육인데, 복부가 긴장되면 횡격막의 움직임이 제한된다. 깊은 호흡을 하려 해도 배가 제대로 팽창하지 않고, 가슴 위주로만 숨을 쉬게 된다.
가슴 호흡은 호흡 효율이 낮다. 같은 산소를 흡입하려 해도 호흡 횟수가 늘어나고, 호흡 근육이 더 많이 사용된다. 결과적으로 같은 강도의 훈련을 해도 피로가 빨리 쌓인다. 이 상태에서는 존2 심박수를 유지하는 슬로우 러닝조차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호흡 효율이 떨어지면 운동 중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유산소 운동의 핵심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산소가 필요하다. 호흡이 얕아지면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고, 몸은 더 빨리 무산소 대사로 전환된다. 그러면 같은 강도의 운동을 해도 젖산이 더 빨리 쌓이고, 피로가 급격히 높아진다.
또한 복부 긴장은 자세에도 영향을 준다. 배가 불편하면 무의식중에 상체를 웅크리거나 복부를 보호하려는 자세가 나온다. 이 자세는 고관절 가동 범위를 제한하고, 보폭을 줄이며, 하체 움직임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결국 같은 거리를 달려도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회복도 느려진다.
러닝에서 고관절이 제대로 펴지지 않으면 보폭이 짧아지고, 케이던스를 높여 같은 속도를 유지하려다 보면 하체 근육에 과부하가 걸린다. 사이클에서도 마찬가지다. 복부가 긴장되면 상체를 제대로 숙이지 못하고, 페달링 시 고관절과 무릎 각도가 비효율적으로 형성된다. 이런 상태가 누적되면 훈련 효율은 떨어지고, 부상 위험은 높아진다.
소화가 편해지면 훈련 리듬도 다시 잡힌다
반대로 복부가 편한 날의 훈련은 확연히 다르다. 호흡이 깊게 들어오고, 몸이 가볍게 느껴지며, 같은 페이스를 유지해도 여유가 있다. 이런 차이는 데이터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훈련을 마친 후의 피로도와 회복 속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복부가 편하면 훈련 후 회복도 빠르다. 소화가 원활하면 영양 흡수가 잘되고, 수면의 질도 올라간다. 반대로 소화가 불편하면 훈련 후에도 배가 무겁고, 식사량이 줄어들며, 수면 중에도 복부 불편으로 깨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훈련 강도를 높이기는커녕 유지하는 것조차 부담이 된다.
특히 철인3종처럼 훈련량이 많은 운동에서는 회복 속도가 곧 훈련 지속성을 결정한다. 훈련 후 24시간 안에 몸이 회복되지 않으면 다음 훈련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피로가 누적되면 훈련 강도를 낮추거나 휴식일을 늘려야 하고, 이는 전체 훈련 계획에 영향을 준다.
소화가 잘되면 훈련 후 식사를 통해 에너지를 빠르게 보충할 수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제때 흡수되면 근육 회복이 빨라지고, 다음 날 아침 몸 상태가 달라진다. 반대로 소화가 안 되면 훈련 후 식사를 해도 속이 더부룩하고, 음식이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 든다. 이런 상태에서는 필요한 만큼 먹을 수 없고, 결국 에너지 보충이 부족해진다.
철인3종 훈련에서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려면 심폐 능력, 근지구력, 기술 같은 요소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작동하려면 몸이 제대로 기능하는 상태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소화는 그 기본 조건 중 하나다.
복부 불편이 반복되면 훈련 의욕도 떨어진다
복부 긴장이 단순히 신체적 불편에 그치지 않는 이유가 또 있다. 정신적 부담이다. 훈련 전에 배가 불편하면 운동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꺼려진다. 러닝화 끈을 묶으면서도 "오늘은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기고, 훈련 중에도 복부 불편이 심해질까 봐 강도를 제대로 올리지 못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훈련에 대한 부정적 연상이 생긴다. 운동 자체는 좋아하는데, 운동 후에 찾아올 불편함 때문에 시작을 미루게 된다. "오늘은 좀 쉬고 내일 하자"는 생각이 자주 들고, 결국 훈련 빈도가 줄어든다. 철인3종처럼 규칙적인 훈련이 필수인 종목에서 이런 패턴은 치명적이다.
반대로 복부가 편하면 훈련을 시작하는 데 심리적 저항이 없다. 몸이 가볍고, 움직임이 자연스러우며, 훈련이 끝난 후에도 상쾌한 느낌이 든다. 이런 긍정적 경험이 쌓이면 훈련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의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몸이 자연스럽게 훈련을 받아들이는 상태가 된다.
복부 이완이 훈련 지속성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훈련 후 복부 이완을 루틴에 포함시켰다. 배 두드리기, 폼롤러를 이용한 복부 주변 이완, 고관절 스트레칭. 각각은 몇 분이면 충분하지만, 이 작은 관리가 누적되면서 훈련을 대하는 느낌 자체가 달라졌다.
복부가 편해지니 훈련 전 부담감이 줄었다. 같은 거리를 달려도 호흡이 편하고, 몸이 더 가볍게 느껴졌다. 이런 변화는 기록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지만, 훈련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철인3종 훈련은 한두 번의 강한 훈련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훈련을 멈추지 않게 만드는 작은 조건들이 중요하다.
복부 이완 루틴을 시작한 지 몇 주가 지나면서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화장실에서의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배에 힘을 줘야 하거나 개운하지 않은 상태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잦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특별한 노력 없이도 비교적 시원하게 변을 보는 날이 늘어났다. 이 변화는 단순해 보이지만, 훈련 리듬에 큰 영향을 줬다.
아침에 화장실을 시원하게 다녀오면 그날 하루가 다르다. 몸이 가볍고, 훈련을 시작할 때 복부에 부담이 없다. 반대로 아침부터 배가 불편하면 하루 종일 그 느낌이 이어지고, 훈련 시간이 다가올수록 "오늘은 쉬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복부 관리는 결국 매일의 컨디션을 좌우하고, 매일의 컨디션이 누적되면 훈련 지속성이 결정된다.
복부 관리는 퍼포먼스 이전에 지속 가능성의 문제다
철인3종 훈련에서 소화와 복부 상태는 퍼포먼스의 문제이기 전에 훈련 지속성의 문제다. 배가 불편하면 훈련이 부담이 되고, 훈련이 부담이 되면 리듬이 흔들린다. 리듬이 흔들리면 회복이 늦어지고, 회복이 늦어지면 다음 훈련을 미루게 된다.
반대로 복부가 편하면 훈련이 가벼워진다. 가벼운 훈련은 지속되고, 지속된 훈련은 결국 퍼포먼스로 연결된다. 이 단순한 구조를 이해하고 나니, 복부 이완과 소화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훈련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걸 알게 됐다.
철인3종은 기록을 위한 싸움이지만, 그 전에 몸과의 협상이다. 몸이 편해야 훈련이 이어지고, 훈련이 이어져야 기록도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훈련 후 배를 가볍게 두드리고, 폼롤러를 꺼낸다. 이 작은 루틴이 내일의 훈련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복부가 편해지니 훈련 시작의 심리적 저항이 사라졌다
복부 관리를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훈련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훈련 시간이 다가오면 "오늘은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이 먼저 들었다. 배가 불편할까, 호흡이 답답할까, 중간에 멈춰야 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훈련을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소모했다.
하지만 복부가 편해지고 나니 이런 걱정이 거의 사라졌다. 훈련 시간이 되면 그냥 신발을 신고 나가면 된다. 몸이 알아서 움직이고, 호흡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변화는 기록으로는 측정할 수 없지만, 훈련을 지속하는 데 있어서는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
결국 철인3종 훈련에서 소화와 복부 관리는 더 빨리 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오래 달리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더 빨리 달리게 된다. 이 순서를 이해하고 나니, 훈련 후 몇 분을 투자해 복부를 이완하는 일이 전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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