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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훈련을 하며 러닝 습관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 중 하나는, 본훈련으로 진입하는 방식이었다.
예전에는 워밍업이 끝나면 최대한 빠르게 목표 페이스에 도달하려고 했다. 계획표에 적힌 속도를 빨리 맞추는 것이 효율적인 훈련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인3종 훈련 특유의 연속성과 복합성을 경험하면서, 본훈련 진입 전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훈련의 질과 지속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글은 철인3종 훈련 과정에서 본훈련 진입 전 속도 조절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와 그 변화 과정을 정리한 기록이다.
빠른 진입이 효율적이라고 믿었던 이유
훈련 초기의 나는 시간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한정된 훈련 시간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워밍업이 끝나면 곧바로 목표 페이스로 진입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겼다. 빠르게 페이스를 올리는 것이 심폐 능력을 키우고, 근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훈련을 이어가다 보니, 몇 가지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러닝 초반에는 목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중반 이후부터 급격하게 힘이 빠지거나 호흡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사이클이나 수영 이후 러닝으로 전환하는 날에는, 초반의 무리한 속도 설정이 후반부 전체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믿음은, 실제로는 훈련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점차 인정하게 되었다.
본훈련 진입 전 몸이 보내는 신호들
속도를 급하게 올리지 않고 천천히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놓쳤던 몸의 신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워밍업을 마친 직후 몸은 아직 러닝의 리듬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심박수는 안정적이지 않았고, 근육은 여전히 긴장과 이완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목표 속도로 곧바로 진입하면, 몸은 준비되지 않은 채로 강도 높은 부하를 받아야 했다.
반대로 본훈련 진입 전 속도를 천천히 올리며 몸의 반응을 살펴보면, 몸이 스스로 적절한 속도를 알려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흡이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순간, 다리가 리듬을 찾아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상체의 긴장이 풀리며 보폭이 편안해지는 순간. 이런 신호들이 나타날 때가 바로 본격적인 페이스를 올려도 되는 시점이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속도를 올리면, 몸은 신호를 보낼 틈도 없이 억지로 페이스에 맞춰야 했고, 그 결과는 결국 후반부의 급격한 체력 소모로 이어졌다.
점진적 속도 조절이 가져온 실질적인 변화
본훈련 진입 전 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러닝의 전체적인 흐름이 달라졌다.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중반 이후의 페이스 유지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점이었다. 초반에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지 않으니, 중반에서 후반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여유가 생겼다. 호흡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다리에 남아 있는 힘도 일정하게 분배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훈련 후 회복 시간이었다. 이전에는 초반에 무리한 탓에 훈련이 끝난 뒤 피로가 오래 지속되었고, 다음 날 훈련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진입 속도를 조절한 뒤로는, 같은 거리를 달렸어도 훈련 후 몸의 피로도가 현저히 낮았다. 급격한 속도 증가가 없으니 근육과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도 줄어들었고, 그 결과 다음 훈련으로의 연결도 자연스러워졌다.
철인3종 훈련에서 이런 변화는 단순히 러닝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러닝에서의 회복이 빨라지니, 다음 날 사이클이나 수영 훈련도 더 나은 컨디션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각 종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철인3종 훈련에서, 속도 조절은 단일 훈련의 질뿐만 아니라 전체 훈련 사이클의 안정성에도 기여하고 있었다.
브릭 훈련에서 속도 조절의 중요성
철인3종 훈련 중 브릭 훈련(brick training), 즉 사이클 직후 러닝으로 전환하는 훈련에서는 본훈련 진입 전 속도 조절이 더욱 중요했다. 사이클을 마친 직후의 다리는 페달을 밟는 동작에 익숙해져 있고, 러닝에 필요한 근육들은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이 상태에서 바로 목표 속도로 진입하면, 다리는 혼란스러운 신호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보폭이 불안정해지거나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았다.
브릭 훈련에서 나는 워밍업 이후 최소 5분에서 10분 정도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속도를 올린다. 이 시간 동안 다리가 러닝 동작에 적응하도록 기다리고, 호흡이 사이클의 패턴에서 러닝의 패턴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을 확인한다. 이 과정을 거친 뒤에야 본격적인 페이스로 들어가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이나 부상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브릭 훈련은 철인3종 대회 당일의 상황과 가장 유사한 훈련이다. 대회에서도 사이클을 마치고 곧바로 러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때 속도를 급하게 올리면 후반부에 치명적인 페이스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본훈련 진입 전 속도 조절은 단순히 훈련 습관이 아니라, 대회 전략의 일부가 되었다.
속도 조절이 심리적 여유를 만든 과정
본훈련 진입 전 속도를 조절하면서 생긴 또 하나의 변화는 심리적인 부분이었다.
예전에는 계획된 페이스에 빨리 도달하지 못하면 불안감이 생겼다. '이렇게 느리게 시작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훈련 초반부터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점진적인 속도 조절을 통해 훈련을 완성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느린 시작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 확신은 훈련 중 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만들어주었다.
초반에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진입 속도를 더 낮춰도 괜찮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반대로 몸이 가볍고 호흡이 안정적이라면,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진입해볼 수도 있었다. 속도 조절은 훈련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도구가 되었고, 그 유연성은 장기적인 훈련 지속성으로 이어졌다.
속도 조절이 부상 예방에 기여한 방식
철인3종 훈련을 이어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부상이다.
부상은 단순히 훈련을 멈추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훈련 계획 전체를 흔들 수 있다. 나는 본훈련 진입 전 속도를 조절하면서, 이 과정이 부상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급격한 속도 증가는 근육과 관절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준다.
특히 러닝은 지면과의 반복적인 충격이 발생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를 올리면 무릎, 발목, 아킬레스건 등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반면 점진적으로 속도를 올리면 근육과 관절이 부하에 적응할 시간을 갖게 되고, 그만큼 부상의 위험도 줄어든다.
실제로 본훈련 진입 전 속도 조절을 습관화한 이후, 러닝 중 느꼈던 무릎이나 발목의 불편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러닝 후 무릎 주변이 뻐근하거나 발목이 당기는 느낌이 자주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속도 조절은 단순히 페이스 전략이 아니라, 몸을 보호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기준: 페이스는 몸이 결정한다
지금의 나는 본훈련의 페이스를 계획표가 아니라 몸이 결정하도록 한다.
물론 훈련 계획에는 목표 페이스가 있지만, 그 페이스에 도달하는 시점과 방법은 그날 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본훈련 진입 전 천천히 속도를 올리며 몸의 반응을 살피고, 몸이 준비되었다는 신호를 보낼 때 비로소 목표 페이스로 진입한다.
이 방식은 기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나은 기록을 만들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급하게 시작해서 중반에 무너지는 것보다, 천천히 시작해서 끝까지 안정적으로 완주하는 것이 철인3종 훈련에서는 훨씬 가치 있는 결과다.
철인3종은 순간의 폭발력보다 지속성이 중요한 종목이다. 본훈련 진입 전 속도를 조절하는 습관은, 바로 그 지속성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며, 몸과 마음을 모두 보호하는 방법이다. 이 기준은 훈련 결과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훈련을 지속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마무리: 느린 시작이 만드는 안정적인 완주
본훈련 진입 전 속도 조절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이후, 러닝은 계획을 수행하는 시간이 아니라 몸과 협력하는 시간이 되었다.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믿음을 내려놓고, 몸이 준비되는 속도에 맞춰 진입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훈련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다.
같은 철인3종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본훈련으로 진입하는 속도를 한 번쯤 점검해보길 권한다. 느린 시작은 약한 시작이 아니라, 안정적인 완주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그 선택이 쌓이면, 훈련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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