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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일정이 사라지면 훈련의 성격은 즉시 달라진다.
시즌 중에는 모든 훈련이 특정 날짜를 향해 정렬되어 있다. 거리, 강도, 심지어 식단까지도 “이건 ○월 ○일 대회를 위한 것”이라는 명확한 명분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대회가 끝났거나 다음 시즌까지 수개월의 공백이 생긴 시점이 되면 이 강력한 명분은 힘을 잃는다.
이때 많은 훈련자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도 굳이 힘들게 훈련을 계속해야 할까?” 그리고 상당수는 “어차피 당장 대회도 없으니 조금 쉬었다가 나중에 다시 시작하자”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이 ‘나중에’라는 선택이 가져오는 대가는 생각보다 가혹하며, 다시 궤도에 오르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목표가 부재할 때 훈련이 느슨해지는 심리적 원인
대회가 없는 기간에 훈련 리듬이 무너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훈련의 목적이 ‘결과’에만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각적으로 체감되는 보상이나 압박이 사라지면 뇌는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한다. 오늘 훈련을 거른다고 해서 당장 내일 기록이 폭락하지 않으며, 이번 주 수영을 통째로 쉰다고 해서 몸이 바로 망가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훈련은 일상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조건부 행동’으로 전락한다.
- 시간이 아주 넉넉하게 남을 때만 한다.
- 몸 상태가 100% 완벽하다고 느껴질 때만 한다.
- 기분이 아주 좋을 때만 선택적으로 수행한다.
이런 구조에 빠지는 순간, 훈련은 더 이상 생활의 흐름이 아니라 매번 에너지를 써서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과제’가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언가를 할지 말지 매 순간 고민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의지력 소모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휴식'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단절의 위험성
“회복도 훈련의 일부”라는 말은 스포츠 과학에서 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휴식이 계획된 것인가, 아니면 흐름이 끊긴 방치인가 하는 점이다. 대회 직후 1~2주의 의도적인 완전 휴식은 신체적, 정신적 재충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대회가 없다는 이유로 훈련의 ‘리듬’ 자체를 통째로 놓아버리는 경우다. 이것은 회복이라기보다 생활 패턴의 단절에 가깝다.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고 냉정하다. 심폐 능력의 저하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훈련에 임하는 감각의 상실이다. 수영장의 물 냄새, 새벽 공기를 가르는 페달링의 느낌, 러닝화 끈을 조이는 익숙한 동작들이 낯설어지는 순간, 다시 훈련을 시작하기 위한 심리적 장벽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훈련 중단이 초래하는 보이지 않는 세 가지 비용
비시즌에 훈련을 완전히 멈추면 단순히 체력이 떨어지는 것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첫째, 훈련 재개 비용(Start-up Cost)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일상이었던 훈련이 ‘큰 결심’이 필요한 과업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다시 운동복을 입기 위해 어마어마한 정신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며, 이는 곧 스트레스로 직결된다.
둘째, 신체적 기준점(Anchor)이 모호해진다. 꾸준히 운동할 때는 몸의 신호를 본능적으로 읽을 수 있지만, 공백이 생기면 어디까지가 적당한 자극이고 어디서부터가 부상 위험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감각이 무뎌진 상태에서 재개한 훈련은 부상의 위험을 동반한다.
셋째, 복귀 후 자신을 자꾸 ‘증명’하려 들게 된다. 오랜만의 훈련에서 예전 기량을 확인하고 싶은 조급함에 무리하게 강도를 높이게 된다. 이는 결국 과도한 피로와 근육통으로 이어져 다시 훈련을 기피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비시즌에 유지해야 할 것은 최고 기록이 아니라 안정적인 리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시즌 훈련을 지속하게 만드는 전략적 접근법
대회가 없는 기간의 훈련은 기록을 단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목적은 오직 하나,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훈련 설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 훈련 강도는 낮추되 빈도는 사수한다: 주 3회 훈련하던 루틴이 있다면 강도를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횟수는 유지하는 것이 좋다. 몸이 훈련의 리듬을 잊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질적인 완벽함보다 ‘출석’ 자체에 의미를 둔다: 1시간 고강도 인터벌보다 20분 가벼운 조깅이 리듬 유지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오늘 훈련을 완수했다”는 성취감보다 “오늘도 흐름을 이었다”는 지속감에 집중하라.
- 내일의 나를 배려하는 수준으로만 움직인다: 훈련을 마쳤을 때 녹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일도 기분 좋게 나갈 수 있겠다”는 에너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 비시즌 훈련의 성공 여부는 피로도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
기초를 재정비하는 황금기로서의 비시즌
아이러니하게도 대회가 없는 이 시기는 자신의 근본적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대회 시즌에는 기록에 대한 압박과 테이퍼링(Tapering) 일정 때문에 자세를 대대적으로 교정하거나 보강 운동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로부터 자유롭다. 영법의 미세한 각도를 수정하거나, 코어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기르는 지루한 기초 훈련에 온전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이 시기에 다져놓은 내실은 다음 시즌의 성장을 결정짓는 강력한 엔진이 된다. 남들이 멈춰 있을 때 리듬을 유지하며 기초를 다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고수로 가는 지름길이다.
결론: 훈련을 가볍게 유지하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
대회 없는 기간은 훈련을 쉬는 시간이 아니라, 훈련을 가장 가벼운 일상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대회가 없다고 훈련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다음 시즌을 위해 가장 공들여 쌓아온 ‘운동하는 자아’라는 자산을 잃게 된다.
훈련을 계속하는 이유는 다시 시작할 때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이며, 언제든 목표가 생겼을 때 즉시 반응할 수 있는 몸을 준비해두기 위해서다. 더 잘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끈질기게 흐름을 이어가라. 훈련이 일상이 된 사람에게 다음 대회는 거창한 도전이 아니라, 그저 꾸준히 해오던 것의 연장선일 뿐이다. 훈련은 끊기지 않는 한 언제든 폭발적인 성과로 이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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