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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훈련을 하다 보면 이상한 날이 있다.
훈련 계획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고, 속도나 시간도 비슷한데 유독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다.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숨이 먼저 차오르고, 평소보다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진다. 예전에는 이런 날을 단순히 컨디션이 나쁜 날이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훈련이 쌓일수록, 나는 이 '이상한 날들'이 우연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이 글은 철인3종 훈련 과정에서 같은 강도임에도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날들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어떻게 해석하게 되었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숫자는 같은데 몸의 반응은 달랐던 날들
훈련 기록을 보면 분명히 큰 차이가 없다.
러닝 속도도, 시간도, 심박 범위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어떤 날은 훈련이 비교적 편안하게 느껴지고, 어떤 날은 같은 구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이 차이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숫자는 같으니, 힘든 느낌이 착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강도'라는 개념을 다시 보게 되었다. 기록상 강도와 몸이 받아들이는 강도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졌다.
이전 훈련이 남긴 흔적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날들을 돌아보면, 그 전날이나 이틀 전의 훈련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날 하체 위주의 훈련을 했거나, 평소보다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훈련을 한 다음 날이었다. 몸은 겉보기에는 회복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피로가 남아 있었다.
이때의 피로는 단순히 근육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호흡이 쉽게 가빠지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나는 이런 상태를 **'보이지 않는 잔여 피로'**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회복은 끝났지만 정리는 끝나지 않은 상태
쉬는 날을 보냈거나, 훈련 강도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이때 나는 예전처럼 "회복이 덜 됐다"라고만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회복과 정리는 다른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지만, 신경계나 리듬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이런 날에는 같은 강도의 훈련도 훨씬 크게 느껴진다. 특히 러닝처럼 반복 동작이 많은 종목에서는 이 차이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집중력과 판단력이 영향을 주는 날
힘들게 느껴지는 날에는 공통적으로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진다는 특징이 있었다.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유지되던 호흡이나 보폭이 자꾸 의식 속으로 들어오고, 그만큼 훈련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몸뿐 아니라 판단력도 예민해진다. 작은 불편감에도 과하게 반응하거나, 반대로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싶은 충동이 동시에 나타난다. 나는 이런 날을 **'몸이 아니라 판단이 흔들리는 날'**로 분류하게 되었다.
같은 강도라도 받아들이는 준비 상태는 다르다
이 경험들을 통해 나는 하나의 기준을 갖게 되었다.
훈련 강도는 숫자가 아니라, 그날 몸이 받아들일 준비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는 기준이다. 같은 속도, 같은 시간이라도 몸이 정리된 상태라면 훈련은 가볍게 느껴지고, 그렇지 않다면 같은 훈련도 과부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힘들게 느껴지는 날을 실패한 훈련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몸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준 날로 받아들인다.
유독 힘든 날에 내가 바꾼 대응 방식
예전에는 이런 날일수록 계획을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행동한다.
훈련 중반까지 힘든 느낌이 계속된다면, 그날의 목표를 '완성'이 아니라 '정리'로 바꾼다. 속도를 낮추거나, 훈련 시간을 줄이고, 대신 다음 훈련으로 이어질 여지를 남긴다.
이렇게 대응 방식을 바꾸자, 유독 힘들던 날들이 오히려 훈련 흐름을 조정하는 기준점이 되기 시작했다.
체감 강도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다
같은 강도인데 힘든 날들을 기록하며 패턴을 분석하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적인 요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요인들은 훈련 기록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체감 강도를 크게 좌우했다.
첫 번째는 전날 훈련의 종류다. 같은 시간을 달렸어도, 전날 인터벌 훈련을 했을 때와 슬로우 러닝을 했을 때의 다음 날 체감은 완전히 달랐다. 인터벌 후에는 근육보다 신경계가 더 피로한 상태였고, 이는 다음 날 집중력과 리듬감에 영향을 주었다.
두 번째는 수면의 질이다. 수면 시간이 같아도 깊이 잠들었는지, 중간에 깼는지에 따라 체감 강도가 달랐다. 특히 렘수면이 부족한 날은 훈련 중 판단력이 흐려지고, 같은 불편감도 더 크게 느껴졌다.
세 번째는 식사 타이밍과 소화 상태다. 훈련 전 식사가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러닝을 시작하면, 같은 속도에서도 호흡이 불안정하고 복부 불편감이 지속되었다. 이는 단순한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몸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네 번째는 심리적 부담이다.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거나, 훈련 외적으로 신경 쓸 일이 많은 날은 같은 훈련도 더 무겁게 느껴졌다. 몸은 괜찮아도 마음이 훈련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면, 체감 강도는 올라갔다.
이런 요인들을 파악한 이후, 나는 훈련 일지에 단순히 속도와 시간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전날 훈련 종류, 수면 상태, 식사 시간, 심리적 상태까지 함께 적기 시작했다. 이 기록이 쌓이자, 어떤 조건에서 체감 강도가 높아지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훈련 계획을 더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철인3종 훈련에서 힘든 날의 의미
철인3종 훈련은 매일 최고 컨디션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컨디션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판단을 유지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같은 강도인데 유독 힘든 날은, 훈련이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몸이 다른 정보를 보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훈련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마무리: 힘든 날도 훈련의 일부다
지금의 나는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날은 기록을 쌓는 날이 아니라, 훈련을 조정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같은 강도임에도 힘들게 느껴지는 경험을 통해, 나는 훈련을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철인3종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면, 숫자가 같은데 체감이 다른 날을 한 번쯤 떠올려보길 바란다. 그날은 어쩌면 훈련이 흔들린 날이 아니라, 몸과 판단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는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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