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철인3종 훈련을 시작한 초반, 나는 매 훈련이 끝날 때마다 그날의 성과를 바로 판단했다.
훈련 직후 몸이 가볍고 여유가 느껴지면 성공, 피곤하고 무거우면 실패. 이렇게 단순한 기준으로 하루의 훈련을 평가하곤 했다.
그러나 훈련이 쌓이면서, 이런 즉각적인 판단 방식이 오히려 훈련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훈련 직후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다음 날이나 그 다음 날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철인3종 훈련 과정에서 훈련 효과를 '즉시' 판단하는 습관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와, 그 판단 시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록한 내용이다.
훈련 직후의 느낌만 믿었던 시절
초반의 나는 훈련을 끝내고 난 직후의 상태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았다. 숨이 빨리 가라앉고 다리에 여유가 남아 있으면 "오늘 훈련은 성공이다"라고 판단했다. 반대로 훈련 직후부터 몸이 무겁고 피곤하면, 그날의 훈련은 과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방식은 간단하고 직관적이었다. 훈련이 끝나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었고, 그것이 다음 훈련 계획을 세우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훈련 직후의 상태가 항상 훈련의 실제 효과를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몸이 멀쩡하게 느껴졌던 날 이후에 컨디션이 급격히 무너지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는 이 기준에 근본적인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훈련 직후의 감각은 그저 그 순간의 상태일 뿐, 훈련이 몸에 남긴 진짜 영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아 보였던 훈련, 다음 날의 배신
훈련을 마친 당일에는 특별한 불편감이 없었는데, 다음 날 아침 몸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었다. 러닝을 시작해도 리듬이 쉽게 잡히지 않고, 호흡도 평소보다 거칠었다. 전날 훈련을 떠올려 보면 강도가 과했던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몸은 분명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을 단순히 컨디션 난조로 치부했다. 잠을 덜 잤거나, 식사를 제대로 못 했거나, 다른 스트레스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자, 훈련 효과가 지연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훈련이 몸에 남긴 영향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표면으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다음 훈련을 시작해봐야 비로소 전날 훈련의 실제 강도를 알 수 있었다. 이 깨달음은 내가 훈련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훈련 효과는 누적과 반응의 문제
이후 나는 훈련을 하루 단위로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대신 훈련이 몸에 어떤 반응을 남겼는지, 그리고 그 반응이 다음 훈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보려고 했다.
어떤 훈련은 당일에는 부담이 적게 느껴졌지만, 이틀에 걸쳐 피로를 남겼다. 반대로 어떤 훈련은 당장은 힘들었지만, 다음 날 컨디션을 오히려 안정적으로 만들어주었다. 같은 강도의 훈련이라도 종목 조합에 따라, 혹은 전날 훈련의 종류에 따라 몸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차이를 경험하면서 나는 훈련 효과를 '강도'가 아니라 '몸의 반응 패턴'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오늘 몇 킬로미터를 뛰었다" 혹은 "어떤 강도로 훈련했다"가 아니라, 그 훈련이 내 몸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다음 훈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더 중요한 정보였다.
판단 시점을 늦추자 보이기 시작한 것들
훈련 효과를 바로 판단하지 않고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을 두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정 훈련 이후에 유독 러닝 리듬이 무너지는 날이 반복되거나, 어떤 종류의 훈련을 한 뒤에는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는 패턴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수영 훈련 다음 날의 러닝은 대체로 안정적이었지만, 고강도 인터벌 러닝 다음 날의 사이클링은 항상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런 패턴들은 훈련 직후의 느낌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판단 시점을 늦춘 덕분에, 훈련의 실제 영향이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또한 특정 조합의 훈련을 연속으로 했을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순서로 훈련을 배치해야 회복이 더 잘 이루어지는지도 서서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정보들은 장기적인 훈련 계획을 세우는 데 훨씬 유용했고,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즉각적 평가가 만들어낸 악순환
돌이켜보면 훈련 직후에 바로 평가를 내리는 습관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었다. |
훈련이 잘됐다고 판단한 날에는 다음 날도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강도로 훈련을 이어갔고, 훈련이 안 좋았다고 생각한 날에는 그 실패를 만회하려고 다음 날 무리하게 강도를 높이곤 했다.
결국 어떤 경우든 무리하게 훈련을 이어가는 패턴에 빠졌다. 좋았든 나빴든 즉각적인 판단은 항상 "더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회복이 필요한 시점을 놓치고, 피로가 누적되면서 결국 컨디션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런 악순환은 훈련에 대한 불안감도 키웠다. "오늘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뒤처질 것 같다"는 강박이 생겼고, 그 강박이 다시 즉각적인 평가와 무리한 훈련으로 이어졌다. 판단 시점을 늦추게 된 것은 단순히 훈련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런 불필요한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지금의 기준: 훈련은 다음 훈련이 말해준다
지금의 나는 훈련이 끝난 직후에는 평가를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다음 날, 혹은 그 다음 날 훈련을 시작할 때 몸이 어떤 상태인지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러닝을 시작할 때의 리듬, 워밍업 중 느껴지는 움직임의 질, 호흡이 안정되는 속도, 같은 페이스에서 느껴지는 부담감 같은 요소들이 훈련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이 기준이 생기자, 훈련에 대한 불필요한 감정 기복도 줄어들었다. 하루 훈련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즉시 결론 내리지 않으니, 훈련 하나하나에 덜 흔들리게 되었다. 오늘 훈련이 힘들게 느껴졌어도 "내일 보면 알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오늘 훈련이 쉽게 느껴졌어도 "내일 확인해봐야지"라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훈련 일지를 기록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오늘 훈련 좋았음" 혹은 "오늘 힘들었음" 같은 즉각적인 평가를 적었다면, 지금은 "전날 OO 훈련 이후 오늘 컨디션은 이러했음" 같은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기록을 남긴다. 이런 기록이 쌓이면서 내 몸의 반응 패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졌다.
훈련 효과를 늦게 판단하는 것이 주는 안정감
훈련 효과를 바로 판단하지 않게 되면서, 훈련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과정의 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의 훈련은 다음 훈련을 위한 준비일 수도 있고, 어떤 날은 회복을 확인하는 단계일 수도 있었다. 매 훈련이 독립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연결된 흐름 속의 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 인식은 철인3종처럼 장기적인 훈련이 필요한 종목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하루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흐름 속에서 훈련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주 단위로, 한 달 단위로 몸의 변화를 관찰하게 되면서 훈련에 대한 신뢰도 쌓였다.
또한 훈련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오늘 훈련을 망쳤다"는 생각에 다음 날 훈련을 과하게 밀어붙이거나, 반대로 "오늘 너무 잘했다"는 생각에 다음 날도 무리하게 강도를 높이는 실수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늘의 훈련이 어땠든 내일의 몸 상태를 보고 다음 훈련을 조정하니, 훨씬 안정적인 훈련 루틴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마무리: 훈련의 답은 조금 늦게 온다
돌이켜보면, 훈련 효과를 바로 판단하려 했던 시기는 훈련이 가장 불안정했던 시기와 겹친다.
매일 훈련 후 즉각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감정적으로 오르락내리락했고, 그것이 다음 훈련에 대한 불필요한 압박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판단 시점을 늦추자, 훈련은 훨씬 관리 가능한 과정이 되었다.
철인3종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면, 훈련이 끝난 직후의 감각만으로 그날을 평가하지 않아도 괜찮다. 훈련의 진짜 결과는 다음 훈련, 혹은 그 다음 훈련에서 조용히 드러난다.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방식으로 훈련에 반응하고, 그 반응을 읽어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나는 훈련을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이어가고 있다. 오늘의 훈련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내일이, 혹은 모레가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저 오늘 해야 할 훈련에만 집중하면 된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철인3종 훈련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철인3종 훈련에서 훈련이 과해지기 직전에 먼저 흔들리는 신호들 (0) | 2026.01.16 |
|---|---|
| 철인3종 훈련에서 훈련이 잘 쌓이고 있다는 신호를 구분하게 된 기준 (0) | 2026.01.15 |
| 철인3종 훈련에서 같은 강도인데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날의 이유 (0) | 2026.01.15 |
| 철인3종 훈련에서 운동 순서를 다시 보게 된 이유 (0) | 2026.01.15 |
| 철인3종 훈련에서 러닝을 멈추기로 결정했던 날의 기준 (0) | 2026.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