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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훈련에서 훈련이 과해지기 직전에 먼저 흔들리는 신호들

📑 목차

    철인3종 훈련을 이어가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훈련이 과해졌을 때 몸은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눈에 잘 띄지 않는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문제는 그 신호들이 통증이나 기록 저하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이 글은 철인3종 훈련 과정에서 훈련이 과해지기 직전에 가장 먼저 흔들렸던 신호들, 그리고 그 신호들을 어떻게 인식하게 되었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미 나타났던 미세한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철인3종 훈련 중 과훈련이 오기 전, 몸의 미세한 신호를 인식하며 멈춰 선 러너의 모습

    기록이 아니라 감각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훈련이 과해지기 직전, 기록은 오히려 나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속도도 유지되고, 거리도 계획대로 소화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훈련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몸의 감각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러닝을 시작할 때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둔해지거나, 평소보다 보폭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날이 늘어났다. 큰 통증은 없었지만, '뭔가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이 반복되었다. 이 감각은 훈련을 중단할 만큼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무시되곤 했다.

     

    예를 들어 같은 10km 러닝을 하더라도, 컨디션이 좋을 때는 발이 땅을 밀어내는 느낌이 명확하고 추진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훈련이 과해지기 시작하면 이 추진력이 약해지고, 발이 땅을 밀어내기보다 그냥 닿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의식적 노력이 필요했고, 러닝이 끝난 뒤에는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들었지'라는 의문이 남았다.

     

    이런 날이 하루 이틀이면 단순한 컨디션 문제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중 3~4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이는 더 이상 우연이 아니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 시점이 바로 훈련이 과해지기 시작한 초기 단계였다.

    워밍업이 길어지는 날들이 늘어나다

    훈련이 안정적으로 쌓일 때는 워밍업이 비교적 빠르게 끝난다.

    몸이 금방 풀리고, 본훈련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하지만 훈련이 과해지기 직전에는 워밍업 단계가 유난히 길어졌다.

    몸이 풀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10분 이상 지나도 움직임이 무거운 날이 반복되었다. 문제는 이런 날에도 결국 본훈련은 가능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금 늦게 풀린 것뿐'이라고 넘기기 쉬웠다.

     

    평소 5분이면 충분했던 워밍업이 15분, 때로는 20분까지 늘어나는 날이 생겼다. 가벼운 조깅으로 시작했는데도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 지속되었다. 관절 가동 범위도 평소보다 좁게 느껴졌고, 발목이나 고관절에서 뻣뻣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워밍업 지연은 몸이 이전 훈련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였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워밍업 지연이 며칠 연속 나타난다면, 이는 단순한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회복이 훈련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특히 철인3종 훈련에서는 수영, 사이클, 러닝을 번갈아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종목에서 발생한 피로가 다른 종목의 워밍업 시간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어제 사이클 훈련을 했는데 오늘 러닝 워밍업이 유독 오래 걸린다면, 이는 전신 피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훈련 중 집중력이 먼저 무너진다

    훈련이 과해질수록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몸보다 집중력이었다.
    같은 러닝을 하면서도 생각이 자주 흐트러지고, 호흡이나 페이스를 자꾸 의식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유지되던 리듬이 자주 끊겼다.

    특히 인터벌이나 템포 러닝처럼 집중이 필요한 훈련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졌다. 몸은 아직 버틸 수 있는 상태였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심리적 피로는 이후 신체적 피로로 이어졌다.

    인터벌 훈련을 예로 들면, 평소에는 각 세트 사이의 회복 시간이 일정하고 다음 세트로 진입할 때 마음의 준비가 자연스럽게 되었다. 하지만 집중력이 흔들리는 날에는 회복 시간이 끝나도 '다시 뛰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먼저 들었다. 각 세트를 소화하는 동안에도 몇 미터를 더 가야 하는지, 얼마나 더 버텨야 하는지를 계속 의식하게 되었다.

    러닝 중에 주변 소음이나 날씨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바람이나 경사가 유독 힘들게 느껴졌다. 이는 몸의 예비 에너지가 소진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지금의 나는 집중력이 먼저 무너지는 날을 경고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런 날이 연속 2~3일 이어지면, 훈련 강도를 낮추거나 아예 하루를 쉬는 결정을 내린다.

    회복은 되는데, 개운하지 않은 상태

    훈련이 과해지기 직전에는 특이한 회복 패턴이 나타났다.
    하루 쉬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되지만, 개운함은 사라진 상태였다. 몸은 분명히 움직이는데, 다음 훈련을 시작할 때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남아 있었다.

    이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어느 순간 회복이 아예 되지 않는 지점으로 넘어가게 된다.

    예를 들어 목요일에 강도 높은 러닝을 했고, 금요일을 쉬었다면 토요일에는 몸이 가볍게 느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훈련이 과해지는 시기에는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무겁고, 러닝을 시작해도 '어제 쉬었는데 왜 이렇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육통은 없지만 전반적인 에너지 수준이 낮았고, 훈련 의욕도 평소보다 떨어졌다.

    나는 이 시점을 '회복은 되지만 정리는 되지 않은 상태'라고 부르게 되었다. 급성 피로는 풀렸지만, 만성 피로는 계속 쌓이고 있는 단계였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결국 완전한 오버트레이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수면 패턴도 달라졌다. 평소보다 더 오래 자도 아침에 개운하지 않았고, 낮 동안 졸음이 자주 찾아왔다. 몸이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훈련 강도가 회복 속도를 계속 앞질러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작은 불편감이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

    훈련이 과해질수록, 예전에는 금방 사라지던 작은 불편감들이 남기 시작했다.
    러닝 초반에 느껴지던 발목의 뻣뻣함이나, 무릎 주변의 묘한 이질감이 훈련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이 불편감들은 통증으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쉬웠다. 하지만 훈련이 끝난 뒤에도 미묘한 잔여감으로 남아 있었고,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났다.

    평소에는 러닝 시작 후 5분이면 사라지던 발목의 뻣뻣함이 10분, 15분이 지나도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무릎 주변에서 느껴지는 묘한 압박감이나, 아킬레스건 근처의 미세한 당김도 훈련 내내 의식되었다. 통증은 아니지만, 분명히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불편감은 특정 부위에 피로가 집중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 부위가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는데, 훈련을 멈추지 않으니 경고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역시 훈련 강도가 이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신호였다.

    철인3종 훈련에서는 이런 불편감이 더 복잡하게 나타났다. 어제 사이클 훈련으로 생긴 무릎 불편감이 오늘 러닝에서 증폭되거나, 수영 후 어깨 피로가 사이클 자세에 영향을 주는 식이었다. 각 종목의 피로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런 불편감을 통해 알게 되었다.

    훈련에 대한 감정이 바뀐다

    훈련이 과해지기 직전에는 훈련을 대하는 감정도 변했다.
    훈련이 기대되기보다 부담으로 느껴졌고, 시작 전에 괜히 시간을 미루게 되는 날이 생겼다. 예전에는 "오늘은 어떤 감각일까"라는 호기심이 있었다면, 이 시기에는 "오늘도 버텨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변화는 게으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동시에 피로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감정을 합리화하며 훈련을 이어가곤 했다.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예전에는 바로 일어나 준비했는데, 이 시기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조금만 더'라며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러닝화를 신으면서도 '오늘은 정말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훈련 중에도 이 감정은 이어졌다. 평소에는 거리가 늘어나는 것이 성취감으로 느껴졌는데, 이 시기에는 '아직도 3km나 남았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훈련이 끝나고 나서도 뿌듯함보다는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이런 감정 변화는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마음이 먼저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신체적으로는 아직 버틸 수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이미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 신호들을 인식한 이후의 변화

    이런 신호들을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하게 된 이후, 나는 훈련을 멈추거나 줄이는 결정을 훨씬 빠르게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통증이나 기록 저하가 나타나야 훈련을 조정했다면, 지금은 그 이전 단계에서 조정이 가능해졌다.

    감각이 어긋나는 날이 이틀 연속 나타나면, 세 번째 날은 훈련 강도를 반으로 줄였다. 워밍업이 유난히 길어지는 날에는 본훈련 계획을 수정하거나 아예 가벼운 회복 러닝으로 대체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날에는 인터벌이나 템포 러닝 대신 이지 러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큰 부상이나 장기적인 슬럼프를 피할 수 있었고, 훈련 흐름도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무엇보다 훈련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었다. '오늘 무리하면 내일 망가지지 않을까'라는 걱정 대신, '오늘 조절하면 내일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기록도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향상되었다. 과도한 훈련으로 몸을 망가뜨리고 회복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대신, 꾸준히 쌓아가는 훈련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매주 10km를 무리해서 뛰다가 2주마다 부상으로 쉬는 것보다, 매주 8km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었다.

    마무리: 과해지기 전에는 항상 신호가 있다

    철인3종 훈련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몸이 완전히 무너졌을 때가 아니다. 무너지기 직전, 아직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시점이다. 이때 나타나는 신호들은 매우 미세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훈련이 과해지기 직전에 먼저 흔들리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감각이고, 체력이 아니라 집중력이며, 통증이 아니라 회복의 질이다. 이 신호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훈련은 훨씬 안전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훈련은 많이 할수록 좋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철인3종처럼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어야 하는 훈련에서는 '얼마나 많이 하느냐'보다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지속 가능성의 열쇠는 바로 이런 미세한 신호들을 얼마나 빨리 알아채느냐에 달려 있다.

    철인3종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면, 큰 문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미 몸은 조용히 말하고 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연습이, 결국 가장 강한 훈련 전략이 된다. 훈련 일지를 쓸 때 단순히 거리와 시간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감각은 어땠는지, 워밍업은 얼마나 걸렸는지, 집중력은 어땠는지도 함께 기록해보길 권한다. 그 기록들이 쌓이면, 자신만의 경고 신호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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