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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훈련에서 가장 어려운 판단 중 하나는, 훈련을 쉬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밀어붙이는 것도 아닌 '강도를 줄이는 선택'이었다.
쉬어야 할 만큼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평소 계획을 그대로 수행하기에는 어딘가 불안한 날들. 예전의 나는 이런 날을 가장 애매하게 흘려보냈다.
하지만 훈련이 쌓이면서, 나는 점점 분명해진 사실 하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훈련 강도를 줄여야 할 때는 반드시 특정한 신호가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글은 철인3종 훈련 과정에서, 훈련을 완전히 중단하지 않으면서도 강도를 낮춰야 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 판단 기준이 어떻게 정리되었는지를 기록한 글이다.

예전에는 '줄이는 선택'을 실패로 느꼈다
훈련 초반의 나는 강도를 줄이는 선택을 쉽게 하지 못했다. 계획된 훈련을 절반만 하거나, 속도를 낮추는 선택은 어딘가 미완성처럼 느껴졌다. 쉬는 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었지만, 중간 단계의 조절은 가장 애매한 패배처럼 인식되었다.
그래서 몸이 애매하게 무거운 날에도 "조금만 더 하면 풀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는 대부분 비슷했다. 그날 훈련은 어찌어찌 끝냈지만, 다음 날 훈련에서 리듬이 크게 무너지거나 회복이 더뎌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특히 주간 훈련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하루라도 계획대로 하지 못하면, 전체 계획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도 있었다. '이번 주 목표 거리는 40km인데, 오늘 10km를 못 채우면 다음 날들이 더 힘들어진다'는 식의 계산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돌아갔다.
이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훈련 강도를 줄이는 선택이 훈련 실패가 아니라 훈련 운영의 일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강도를 줄여야 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
훈련 강도를 줄여야 할 시점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신호가 반복해서 나타났다. 이 신호들은 통증처럼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무시하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들이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신호는 훈련 초반 리듬의 불안정이었다. 워밍업을 마치고 본훈련에 들어갔는데, 평소보다 리듬이 쉽게 잡히지 않는 날들이다. 속도를 낮춰도 호흡이 안정되지 않고, 보폭이나 페이스가 계속 의식 속으로 들어왔다.
평소에는 본훈련 시작 후 2~3분이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리듬이, 이런 날에는 5분, 10분이 지나도 계속 흔들렸다. 호흡이 거칠어지거나,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평소와 달라지거나, 팔 동작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몸이 아직 훈련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두 번째 신호는 훈련 중반 이후의 체감 강도 상승이었다. 평소라면 무난하게 유지했을 강도가, 유독 빠르게 버거워지는 날들이었다. 기록상 속도와 심박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체감은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평소 5:30/km 페이스로 편하게 뛸 수 있는 거리인데, 같은 페이스로 뛰는데도 심박이 더 빨리 올라가거나 다리가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시계를 보면 페이스가 유지되고 있는데, 몸의 느낌은 6:00/km로 뛰는 것처럼 힘들었다.
세 번째 신호는 훈련 후반부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패턴이었다. 훈련 초반과 중반은 그럭저럭 버텼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언제 끝나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거나, 남은 거리를 계속 확인하게 되는 날들이다. 이는 신체적 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 여유도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날에는, 나는 훈련 강도를 줄여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하나만 나타날 때는 컨디션 문제일 수 있지만, 두세 가지가 겹치면 이는 단순한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누적 피로의 신호였다.
'줄여도 되는 날'과 '줄여야 하는 날'의 차이
모든 훈련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날에 강도를 줄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줄여도 되는 날과, 반드시 줄여야 하는 날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줄여도 되는 날은, 훈련 초반에 몸이 무겁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리듬이 살아나는 날이다. 이런 날에는 계획보다 조금 느리게 시작해도, 훈련 중반 이후에 몸이 적응하며 안정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러닝 시작 후 15분 정도는 힘들지만 그 이후부터 호흡이 안정되고 페이스 유지가 편해지기 시작하는 날들이다. 이런 날은 워밍업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거나, 초반 페이스를 조금 낮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계획된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
반대로 줄여야 하는 날은, 훈련이 진행될수록 리듬이 나아지지 않고 계속 버티는 느낌만 남는 날이다. 속도를 낮춰도 여유가 생기지 않고, 훈련이 끝날 때까지 '견뎠다'는 감정만 남는다.
이런 날은 시간이 지나도 몸이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훈련이 진행될수록 불편감이 커지고,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의지를 소모해야 한다. 훈련을 마치고 나면 뿌듯함보다는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남는다.
지금의 나는 이 차이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훈련이 진행되며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이 방향성이 강도 조절의 핵심 기준이 되었다. 훈련 20분 시점과 40분 시점을 비교했을 때, 몸 상태가 나아지는 방향인지 악화되는 방향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구분 기준은 다음 날의 회복 속도였다. 줄여도 되는 날에 계획대로 훈련하면 다음 날 아침에 몸이 무겁지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줄여야 하는 날에 무리하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힘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불편해진다.
강도를 줄이는 구체적인 방식
훈련 강도를 줄인다고 해서, 훈련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몇 가지 고정된 조절 방식을 만들어 두었다.
첫 번째는 속도 조절이다. 러닝의 경우, 계획된 페이스보다 10~15초 느리게 설정한다. 중요한 것은 '느리게'가 아니라, 리듬이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속도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 5:30/km로 10km를 계획했다면, 이날은 5:45/km로 조정한다. 단순히 숫자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호흡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페이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정도 조절만으로도 심박은 10~15bpm 정도 낮아지고, 체감 강도는 확연히 줄어든다.
사이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평소 250W로 1시간을 계획했다면, 이날은 220W로 조정한다. 파워미터가 없다면 평소보다 한 단계 가벼운 기어를 선택하고, RPM을 5~10 정도 낮추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훈련 시간 조절이다. 계획된 훈련 시간의 70~80% 수준에서 마무리한다. 이때 핵심은 끝내고 나서 "조금 더 할 수 있었겠다"는 여유를 남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60분 러닝이 계획되어 있다면, 45분에서 멈춘다. 중요한 것은 45분 시점에서 완전히 지친 상태가 아니라, '아직 15분은 더 갈 수 있지만 오늘은 여기서 멈춘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다음 날 회복이 훨씬 빠르고, 훈련 리듬도 깨지지 않는다.
시간을 줄일 때는 워밍업과 쿨다운 시간은 그대로 유지하고, 본훈련 시간만 줄이는 것이 좋다. 워밍업 10분 - 본훈련 40분 - 쿨다운 10분 계획이었다면, 워밍업 10분 - 본훈련 25분 - 쿨다운 10분으로 조정하는 식이다.
세 번째는 훈련 종류 변경이다. 인터벌이나 템포 러닝이 예정되어 있었다면, 그날은 이지 러닝이나 회복 러닝으로 전환한다. 자극의 종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몸에 남는 피로의 성격은 크게 달라졌다.
인터벌 훈련은 높은 강도로 심박을 올렸다가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심혈관계와 근육에 강한 자극이 가해진다. 이런 날은 이지 러닝으로 바꾸면 같은 시간을 뛰더라도 피로도는 30~40% 정도 줄어든다.
템포 러닝이 계획되어 있다면 이지 러닝으로, 이지 러닝이 계획되어 있다면 회복 러닝으로 한 단계씩 강도를 낮추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훈련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조절하면서도 훈련의 흐름은 유지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복합 훈련을 단일 훈련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철인3종 훈련의 특성상 하루에 두 가지 종목을 병행하는 날이 있는데, 이런 날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한 가지 종목만 선택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사이클 1시간, 저녁에 러닝 40분이 계획되어 있다면, 이날은 아침 사이클만 하고 저녁 러닝은 생략하는 식이다. 또는 두 종목 모두 하되 각각의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법도 있다. 사이클 30분, 러닝 20분으로 조정하면 복합 훈련의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총 부하량은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조절을 통해, 훈련은 끊기지 않으면서도 다음 훈련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완전히 멈추는 것'과 '계획대로 밀어붙이는 것' 사이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었다.
강도를 줄인 날 이후에 나타난 변화
훈련 강도를 의도적으로 줄이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다음 훈련의 시작 감각이었다. 예전에는 하루를 버텨낸 대가로 다음 날 훈련이 무거웠다면, 강도를 줄인 날 이후에는 다음 훈련의 워밍업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화요일에 강도를 줄였을 때와 줄이지 않았을 때의 수요일 훈련이 완전히 달랐다. 강도를 줄이지 않고 화요일 계획을 강행했을 때는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다리가 무겁고, 워밍업에 15~20분이 걸렸다. 하지만 화요일에 강도를 줄였을 때는 수요일 워밍업이 5~7분이면 끝났고, 본훈련으로의 진입이 자연스러웠다.
또 하나의 변화는 심리적인 부분이었다. 훈련을 '성공/실패'로 나누지 않게 되면서, 하루하루의 훈련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 오늘 강도를 줄였다고 해서, 전체 훈련 계획이 무너진다는 불안도 사라졌다.
예전에는 계획된 10km를 8km만 뛰고 멈추면 '오늘 훈련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자책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늘 8km를 뛴 덕분에 내일 10km를 더 잘 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의 변화는 훈련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꿨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면 기록은 더 안정적으로 향상되었다. 과도한 훈련으로 인해 며칠씩 쉬어야 하는 상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매주 무리하게 훈련하다가 네 번째 주에 완전히 쉬어야 하는 패턴이었다면, 이제는 중간중간 강도를 조절하면서 4주 내내 꾸준히 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총 훈련량으로 보면 후자가 훨씬 많고, 체력 향상도 더 안정적이었다.
특히 철인3종처럼 세 종목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지속성이 더욱 중요했다. 러닝에서 무리해서 일주일을 쉬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수영과 사이클도 제대로 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러닝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면, 세 종목 모두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지금의 기준: 강도 조절은 훈련의 연속성을 지키는 선택
지금의 나는 훈련 강도를 줄이는 선택을 가장 적극적인 훈련 관리 방법으로 인식한다. 훈련을 쉬는 것과 달리, 강도 조절은 훈련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몸을 보호하는 선택이다.
훈련을 완전히 쉬면 훈련 리듬이 끊기고, 다시 시작할 때 심리적 장벽이 생긴다. 특히 철인3종처럼 여러 종목을 병행하는 경우, 하루를 완전히 쉬면 다음 날 어떤 종목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강도를 줄여서라도 훈련을 이어가면, 다음 날 훈련으로의 연결이 훨씬 자연스럽다.
특히 철인3종처럼 장기간에 걸쳐 세 종목을 병행해야 하는 훈련에서는, 하루의 무리함보다 전체 흐름의 안정성이 훨씬 중요하다. 강도를 줄이는 판단이 빠를수록, 훈련은 더 오래 이어질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깨달은 것은, 강도를 줄이는 날에도 훈련의 목적은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러닝의 목적이 단순히 10km를 완주하는 것이 아니라 유산소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10km를 힘들게 버텨서 뛰는 것보다 8km를 적절한 강도로 편안하게 뛰는 것이 목적 달성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템포 러닝의 목적이 젖산 역치를 높이는 것이라면, 무리하게 높은 강도를 유지하다가 중간에 페이스가 무너지는 것보다, 조금 낮은 강도로 안정적인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마무리: 줄이는 선택이 훈련을 살린다
철인3종 훈련에서 강도를 줄여야 할 때는, 이미 몸이 충분히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그 신호를 통증이나 실패로 오해하지 않고, 조절의 기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다.
훈련 초반의 리듬 불안정, 중반의 체감 강도 상승, 후반의 집중력 저하.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그날은 강도를 줄여야 할 날이다. 이 신호를 무시하고 계획을 강행하면, 다음 날의 훈련이 망가지고, 결국 더 긴 휴식이 필요해진다.
훈련 강도를 줄이는 선택은 뒤로 가는 선택이 아니다.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는 선택에 가깝다. 오히려 더 멀리 가기 위한 방향 조정에 가깝다. 오늘의 강도를 줄인 덕분에 내일의 훈련이 살아난다면, 그 선택은 이미 충분히 가치 있다.
철인3종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에 가깝다. 아니, 마라톤보다 더 길다. 한 번의 폭발적인 훈련보다 지속 가능한 훈련이 중요하고, 하루의 완벽함보다 한 달, 석 달, 일 년의 꾸준함이 중요하다. 그 꾸준함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적절한 시점에 강도를 줄이는 판단이다.
철인3종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면, '얼마나 했는지'만큼이나 '언제 줄였는지'도 함께 기록해보길 권한다. 그 기록이 쌓일수록, 훈련은 더 안정적인 흐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가장 강한 훈련은 가장 많이 하는 훈련이 아니라, 가장 오래 지속되는 훈련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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